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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Jan 02. 2023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19)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15 "모든 소비를 특별하게 만들어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15 "모든 소비를 특별하게 만들어라"



#소비가 흔해지면 소비의 가치가 낮아진다


넷플릭스에서 음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고급 레스토랑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릇은 크고 그릇에 담겨있는 음식의 양은 작다는 점입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는 것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조금만 주는 것일까요? 고급스러운 음식은 많이 만들기가 어려워서일까요? 비싼 재료가 들어간 음식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일까요? 이런 이유들보다는 음식의 양이 작을 때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큰 그릇에 작은 양의 음식이 담겨 있으면 음식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한입, 한입마다 음식을 더 음미하게 됩니다. 고급 레스토랑이 음식을 맛있게 느껴지게 만드는 방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희소성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희소하게 느껴질 때 가치가 높게 느껴집니다. 다이아몬드나 한정판 제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가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평소에는 관심이 없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가지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경험도 희소해야 즐거움이 큽니다. 아무리 즐거운 일도 자주 반복되면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희소성의 원칙은 소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소비가 희소성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서 생일이나 어린이날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삶에서 희소한 일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장난감을 구입할 큰 행복감을 느꼈고, 구입한 장난감에 대한 만족도와 애착도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많은 아이들은 생일이나 어린이날이 아니더라도 쉽게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장난감이 주는 기쁨도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일이나 명절에 장난감을 선물로 받아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소비를 하는 횟수가 훨씬 적었습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있는 세일 기간을 기다려서 쇼핑을 하고는 했습니다. 세일 기간이 아니더라도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매장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소비를 자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할인도 자주 있기 때문에 굳이 세일 기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소비가 흔해진 만큼 소비가 주는 행복도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소비가 주는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를 흔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소비가 삶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소비가 더 가치 있게 느껴지고, 소비가 주는 즐거움에 둔감해지지도 않습니다. 


#소비가 특별한 이벤트가 되게 하라


소비가 특별한 이벤트가 되면 제품에 대한 애착도 높아집니다. 사람의 기억 속에서 제품과 소비가 강하게 연결되면서 제품이 추억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특별했던 여행에서 구입한 기념품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념품을 바라보면 여행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에서 가져온 기념품을 집에 전시해 놓습니다.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할 때에도 이런 기념품은 버리지 못합니다. 자신의 삶의 증표처럼 여겨지기 때문이죠. 여행이 특별할수록 사람들은 기념품에 큰 애착을 형성하고 평생 소중히 간직하려고 합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날에 구입한 제품은 그날에 대한 기억과 강하게 연결되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단순히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제품에 감정적 가치가 더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제품들은 오랫동안 소중하게 사용됩니다. 반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쉽게 구입된 제품은 그저 하나의 물건으로 인식될 뿐입니다. 그래서 소중히 여겨지기 어렵고 쉽게 처분되고는 합니다. 


제가 평소에 쓰고 다니던 안경이 하나 있습니다. 15년이나 된 뿔테 안경입니다. 몇 년 전 다리 연결 부위의 금속이 부러져서 순간접착제로 대충 고정한 상태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접착제 자국이 흉하게 나있고, 안경 프레임도 많이 닳아 있는 안경입니다. 접착제로 붙인 상태이기 때문에 가끔씩 안경에서 다리가 떨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2021년 성수동에서 북토크를 하는 날에는 집에서 나가기 직전에 다리가 떨어져서 순간접착제가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토크를 한 일이 있습니다. 북토크 내내 순간접착제 냄새가 코를 찔러왔고, 강의를 마치고 보니 머리카락 몇 가닥이 접착제에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제가 15년이나 된 부러진 안경을 쓰고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안경 값이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제게는 이 안경 말고도 다른 안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직 이 안경에만 강한 애착을 느꼈습니다. 이 안경이 제가 가진 의미 때문입니다. 이 안경은 제가 미국에서 박사 과정에 있을 때 구입한 안경입니다. 미국에서의 박사 과정은 길고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 저는 매일매일 큰 불안감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 안경은 15년 전 제가 박사논문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에 제 자신을 응원해주기 위해서 구입한 안경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다리가 부러져고 안경 프레임이 보기 싫게 닳아도 제가 이 안경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특별한 순간에 구입된 제품들은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자기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런 제품들에 애착을 느끼고 소중히 다루게 됩니다. 그리고 제품을 통해 오랜 시간 큰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소비가 주는 즐거움을 높이고 제품에 대한 애착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를 흔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소비를 특별한 이벤트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고, 제품이 주는 가치도 높이게 됩니다. 


어린 시절 생일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받았던 선물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소비를 해도 그때와 같은 기쁨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비가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소비를 특별한 생일 선물처럼 만들면 소비가 더욱 즐겁고 소비를 통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주 - 2022년 봄 저는 결국 이 안경을 놓아주게 되었습니다. 순간접착제로도 더 이상 고정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고민을 하던 차에 인터넷을 통해서 동일한 안경테를 찾아냈습니다. 15년 전에 판매되던 제품이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렌즈만 새 안경테로 옮겨서 착용하고 있고, 15년 된 부러진 안경은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 #15 모든 소비를 특별하게 만들어라


소비가 흔해지면 소비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소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를 희소하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소비가 특별한 이벤트가 되게 하라.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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