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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Dec 25. 2022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6)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2 "차가운 마음으로 소비하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2 "차가운 마음으로 소비하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람들이 소비를 할 때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은 자신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옷 구경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자신이 언제까지나 이 옷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발견하면 평생 이 가구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제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좋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값비싼 물건도 쉽게 구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처음에 느꼈던 설렘은 사리지고 다른 제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영화 ‘봄날이 간다’에 나온 유명한 대사가 생각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 순간에는 자신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도 변해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게 됩니다. 영원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도 결국 변하게 되는데, 제품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할 수는 없겠죠. 


사람의 마음은 무엇에도 쉽게 적응합니다. 삶에서 아무리 기쁜 일이 생겨도 그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은 자신이 시험에 합격하면 그 행복감이 평생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험에 합격하고 며칠만 지나도 자신의 행복감은 평상시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사람은 나쁜 일에도 금방 적응합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게 됩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적 반응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쾌락적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적응한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면 평생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평생 불행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품을 구입할 때도 자신이 이 제품을 언제까지나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제품이 자신에게 오랜 기간 행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품이 주는 행복감은 제품을 구입한 순간부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손에 넣는 순간에 아무리 큰 기쁨과 행복감을 주는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집니다. 마음이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제품을 구입했을 때 느꼈던 설렘은 금세 사라지게 됩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말하는 곤도 마리에의 조언을 따라서 살게 되면,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물건을 버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은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적응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소비를 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소비를 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바로 감정 때문입니다. 사람의 뇌에는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가 있습니다. 이성의 뇌는 미래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뇌는 오직 현재에만 집중합니다. 강한 감정이 발생하면 사람은 미래에 대해 잘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처럼 착각하게 됩니다. 현재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래까지 확장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20대 남자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반 정도의 참가자들에게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 속의 이성과 데이트하는 것을 상상하게 하였습니다.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풍경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미래의 시점이 현재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두 그룹의 응답을 비교해보니 강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미래가 더 멀리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미래에 받게 되는 돈의 가치도 매우 낮게 인식하였습니다. 감정이 발동하면 현재에만 집중하게 되고, 미래는 먼 일처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제품을 구경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을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제품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품에 대해서 강한 감정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미래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게 됩니다. 제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이 제품만 얻게 되면 자신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래서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떨쳐내지 못하고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구매하고 나면 이내 차갑게 식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마음은 변한다. 차가운 마음으로 소비하라


후회하지 않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감정이 강하지 않을 때 차가운 마음으로 소비를 해야 합니다. 너무 좋아서 자신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제품이 있다면, 마음이 차분해진 다음에 차가운 마음으로 제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눈앞에 뜬 할인이나 남은 수량이 몇 개 남지 않는다는 정보가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면 우선 마음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면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밤이 아니라 낮에만 구매를 하는 것입니다. 밤은 감정의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입니다. 반면 낮에는 이성의 뇌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감정의 뇌는 갖고 싶은 제품을 사라고 말하고, 이성의 뇌는 좀 더 고민하라고 말을 합니다. 마치 마음속에 있는 천사와 악마처럼 한 명은 제품을 사라고 하고, 다른 한 명을 사지 말라고 합니다. 밤에 제품을 구경하면 이성의 뇌가 약해지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서 강한 감정을 느끼기 쉽습니다. 강한 감정이 느껴지면 미래를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후회하게 될 소비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사람들 중에는 결정을 하기 어려울 때 마음이 가는 데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데로 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 원하는 데로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이성의 뇌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데 감정의 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마음을 따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이 가는 데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음(감정)은 미래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마음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소비를 해야 합니다.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 #2 차가운 마음으로 소비하라


구입하는 순간 큰 설렘을 주는 제품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사라지게 된다.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다. 후회하지 않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마음이 아니라 차가운 마음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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