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3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하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연비
#홈트, 아직도 열심히 하고 계시나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집 안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홈 트레이닝을 줄여서 ‘홈트’라고 부르죠. 실내 자전거, 트레드밀(러닝머신), 철봉, 아령 등 다양한 홈트 제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홈트 제품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거나 옷걸이로 사용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몇 번 사용되지 않은 제품들이 중고 마켓에 매물로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품을 구입할 당시에는 홈트 제품을 매일 열심히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구입한 후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홈트 제품이 잘 사용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미래에 발생하는 노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홈트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제품을 사용한 후의 결과물에 대해서 상상을 하게 됩니다. 멋진 몸매를 상상하기도 하고 건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제품 정보 페이지에 나와있는 멋진 몸매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도 이 제품만 있으면 그런 몸매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입니다. 즉, 결과만 상상하게 되고 과정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죠.
토론토 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두 가지 책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한 책상은 완제품이었고, 다른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에 직접 조립을 해야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서, 한 그룹에는 지금 바로 책상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하였고, 다른 그룹에는 50일 후에 책상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결과를 비교해 보니, 지금 책상을 구입하는 그룹에서는 조립이 필요한 책상을 선택하는 비율이 31.67%에 불과했습니다. 지금 바로 책상을 조립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50일 후에 책상을 구입하는 그룹에서는 이 비율이 7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50일 후에나 책상을 조립해야 하는 경우, 책상을 조립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립식 책상을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중에 발생하는 시간과 노력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싸게 구입한 홈트 제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막상 매일같이 운동을 하려고 하면 힘들고, 귀찮고, 시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홈트 제품들이 장식품이나 옷걸이로 전락하게 되고, 한동안 집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가 처분되게 됩니다.
홈트 제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모든 제품에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다이어트 관련 제품이나 미용 제품, 학습 관련 제품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하나같이 제품 정보 페이지나 광고에서 최종 결과물만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치아 미백용 제품 광고에서는 제품을 사용한 후의 하얀 치아를 보여줍니다. 이런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결과물을 얻는 모습만 상상하고,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채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제품을 구입하고 며칠 동안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제품을 열심히 사용하게 되지만, 금세 구입 당기에 가졌던 굳은 의지는 사라지고 귀찮음과 피곤함이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품은 서랍 속에 들어간 후 잊혀지게 됩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생각하라
비싼 제품을 구입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결과를 얻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야만 합니다. 제품 광고나 제품 정보 페이지 속에 등장하는 모델의 멋진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서는 안됩니다. 이들은 그 제품에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투자해서 그런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니라 원래 멋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멋있기 때문에 광고 모델을 하고 있는 것이죠. 광고 촬영 직전까지는 이 제품을 들어본 적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들이 이 제품 때문에 멋진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소비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을 구입할 때 원하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홈트 용품을 구입할 때에는 매일같이 많은 노력을 들여서 이 제품을 사용할 자신이 있는 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미용이나 학습 관련 제품을 구입할 때에도 자신이 매일 많은 시간을 제품 사용에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를 제대로 가늠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습관을 가졌다면, 지금부터는 그런 모습에 이를 때까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상상하는 습관을 가지면 됩니다.
이런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놓게 됩니다. 제품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신이 잘못된 소비를 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그래서 후회하는 제품이 있다면 지금 그 제품을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제품을 바라보면서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반성해보기 바랍니다. 소중한 돈을 낭비했다는 사실에 자책감이 들고 가슴이 아파질지도 모릅니다. 아픔은 클수록 좋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소비에 대해 큰 아픔을 느끼게 되면 보다 쉽게 과거의 습관을 끊어내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