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근교, Trojan Point
주위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여행 계획은 어떤 방식으로 세우는지 말이다. 주로 나는 간단한 리써치, 친구들의 추천, 구글맵이라는 세 가지 방법에 의존하며, 다소 즉흥적으로 플랜을 수립한다. 이번 글에 소개하는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트로잔 포인트(Trojan Point)는 바로 구글맵을 통해 발견한 장소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기대를 품고 찾은 곳이다.
보통 구글맵에 외국인들이 올린 리뷰 사진을 보면 굉장히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로잔 포인트 리뷰 사진들은 달랐다. 그 외국인들조차 인상적인 사진들을 남겼다. 이것이 트로잔 포인트에 대한 큰 기대를 품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풍경처럼, 누구라도 카메라를 들기만 하면 마치 사진작가의 손길이 닿은 듯한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었다.
트로잔 포인트는 하이킹족뿐만 아니라, 평범한 여행객조차 정상에서의 장엄함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포인트까지 차로 편히 오를 수 있으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조차 이미 아름다움을 넘어선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정상에 도달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황금빛 억새의 장관이 꿈처럼 우리를 맞이한다. 트로잔포인트에서 우연히 만난 현지인 친구가 말해주기를,
이곳은 연중 내내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스터피스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해. 봄에는 이 모든 금색 억새가 초록으로 물들고, 지금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때때로 구름이 걷히면 엄청난 샌프란시스코 전망을 보여주기도 하지.
샌프란시스코는 상당히 낮은 지대에 구름이 형성되어, 트로잔포인트만 올라와도 구름보다 높은 지대에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구름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구름이 걷히면 그 누구도 보지 못한 멋진 샌프란시스코 전경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여행자라면 단순히 센트럴 다운타운만 둘러보고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만약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할 계획으로 렌터카를 빌렸다면, 이 작은 브런치 작가의 글을 한 번 믿어 보고 트로잔 포인트를 꼭 들러보길 바란다.
앞서 나의 여행 브런치북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내 여행의 핵심 가치이다. 트로잔 포인트는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우연이었고, 이를 통해 여행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여행이란 곧 미지를 탐험하며 그 끝에서 마주하는 우연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찰나의 동행은 우리의 기억의 끈을 더욱 단단히 묶어 준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