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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읍 Apr 19. 2023

2_향수가 '미팅'에 미치는 영향

거절을 거절할 수 있기까지

창업 관련 내용을 소개하려고 했으나,
미팅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10건 이상이라 미팅 썰 먼저 풉니다�


쓰읍님, 제발 연락 좀 그만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진짜 제발요. 제가 리뉴얼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일정 맞추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니다, 혹시 미팅하면 당분간은 저한테 연락 안 주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쓰읍 : 네니요

오늘 오후 2시 - 4시 사이에 시간이 비는데 괜찮으시면 그때 와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2시 30분까지 가겠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계약까진 이어진 미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이 미팅이 성공의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상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미팅까지 푸시 하지 않았던 이전과 다르게 잡은 첫 미팅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거절 의사를 묵인하고 계속 시도한다면, 상대의 존중하지 않는 동시에 그 사람의 시간까지 앗아가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형태는 무례한 행동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여전히 이러한 형태는 지양하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혹시 향수 좋아하시나요? 저는 환장하는 쪽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좀 덜하긴 하지만요.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콜드를 깨버린 상황이 있어 소개하고 넘어갈게요.


미팅 장소에 도착해서, 회의실을 나의 향기(딥디크 - 도손 아니면 탐다오인데 기억이 불확실하네요)로 가득 채우며 클라이언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담당자의 첫 마디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혹시, 딥디크 쓰세요?


(이미지는 롬브르단로로 대체합니다)

호불호 강한 향이라 같은 향 쓰는 사람 거의 없거든요. 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향수 얘기만 10분이 넘게 한 것 같다. 클라이언트가 준비한 첫 문장은, 아마도 이랬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정말 이러시기 있어요? 이렇게까지 연락 주신 분은 처음이라 제가 거절하다 지쳐서 - 블라블라.'


그래서, 나 또한 준비한 문장(너무 많이 연락드려서 힘드셨죠)을 간직한채로 미팅을 마무리하기로 했고, 향수 덕분에 생긴 공감대로 콜드를 깨는데 들일 시간을 서비스 소개하는데 쓸 수 있었다. 향수 얘기는 여기까지.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후 컨택부터 미팅까지의 상황들을 하나씩 되짚어봤다. 불편함을 앞세운다면 관계는 무례함에서 멈출 것이다. 그러나, 간절함이 51%인 불편함이라면 상대방은 **고민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 고민 : �음..내가 너무 매몰차게 거절했나? 이 사람도 이게 일일 텐데.. 아니야, 도입 여부도 불확실한데 굳이 미팅 진행하면 희망고문일 수도 있으니 이게 맞아. 우선 내가 해야 되는 일에 집중하자.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하지 뭐 등의 형태


직장인은 매일 새롭고 복잡하게 고통받는다. 고통을 아래 세 가지 항목으로 분류해 봤다.


1) 갑과 을 | 2) 내부 우선순위 | 3) 개인 대 개인

1,2의 경우 제안을 받는 쪽에서 온전히 선택권을 쥐고 있기에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3은 조금 다르다. 클라이언트 측 담당자가 대표자라고 해서 제안하는 측 담당자에게 탑-다운 형태로 거절하기는 어렵다.


물론, 기업 이미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뚝(이전글 참고)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1,2에 비해, 거절 사유를 수집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클라이언트 측 담당자가 직급이 낮다면, 오히려 좋다(쉽다).


담당자님 많이 바쁘시겠지만, 저도 회사에 보고를 하는 직원의 입장(같은 처지)이기에 요청드려요.


'거절 사유'만 회신 부탁드립니다


위 방법으로 수집했을 때 약 90% 이상의 회신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한 개인의 죄책감(거절에 대한)을 파고들면서 컨택-미팅까지 도달하는 확률을 높여갔다. 거절 사유 수집 후 메일 내용이나 제안 주기 등을 고려하며 일주일 기준 최소 15건의 미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당 형태가 익숙해질 즈음,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메일이 불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어쓰기에 복잡할 것 같아, 아래 상황 설정으로 대체합니다.


제안 내용 확인 후 메일로 미팅 일정을 잡는 A와 B


<4/3 월요일>

A(클라이언트) : 제안 주신 내용 검토 후 연락드립니다. 미팅을 통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미팅 가능할까요?

B(쓰읍) : 저희 측에서 가능한 일정 먼저 전달드립니다. 더 편한 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1) 4/5 수요일 : 오후 1시 - 오후 5시

2) 4/6 목요일 : 오전 11시 - 오후 3시

3) 4/7 금요일 : 오후 1시 - 오후 6시


<4/4 화요일>

A(클라이언트) : 저희 측에선 1,2,3번(오후 1시 - 3시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편한 시간에 방문해 주세요.

B(쓰읍) : 2번 - 목요일 오후 2시에 찾아뵙겠습니다. 변동 사항 있는 경우, 아래 연락처로 회신 부탁드립니다(연락처 전달).


<4/4 화요일 늦은 오후 혹은 4/5 수요일 오전>

A(클라이언트) : 확인했습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쓰읍) : 네, 확인했습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뜻 보면 A는 B에 비하여 덜 수고로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결정하고 회신을 주는 입장이니. 그러나, A도 B와 마찬가지로 단 한 건의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데, 평일 5일 중 절반에 가까운 2-2.5일 사용했다.

(물론, 온전히 해당 업무만 하느라 2.5일을 사용했다면 이미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둘 중 하나를 받고 있을 테지만)


메신저나 유선연락을 통해 일정을 조율한다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는 업무이나, 내부 공유를 위해 외부 의사소통 시 메일을 사용한다고 가정했다.


그럼 하루 만에 끝난 정도라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유선연락을 한 번 트는 순간 소통 채널이 1개(메일)에서 n 개(메신저, 유선연락 등)로 확장된다.


그래도, 메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편하기에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분에 한 번씩 전화하는 담당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연한 기회로 만난 캘린더 툴들과는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이별하게 됐다. 정확히는 선배들 선에서 킬 당했다. 기존 방식에 익숙해진 선배들이 다른 툴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다양하지만 진부한 사유(그거 하면 더 피곤하다, 클라이언트한테 설명하기 어렵다~ 등)를 방패처럼 꺼내들며 응, 반대를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찐으로 편한 툴이라고 외쳐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했기에 포기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도입을 위해 데이터를 모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간의 가스라이팅? 덕분에 새로운 시도들에 대한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비즈니스캔버스 라는 팀을 만나게 됐다.


비슷한 이유로 일정 관리 툴(리캐치)을 직접 만들고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솔직하게 현재 상황들에 대해 공유해 줘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리캐치 사용 관련 온보딩을 듣고 나니 좋아졌고, 이게 사랑일까?


하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커피챗 미팅을 제안했고, 제안에 대한 대답은 리캐치로 돌아왔다(하단 이미지 참고 - 당시 캡쳐본이 없어 작성일 기준 이미지로 대체).

(영업 3년 차 때 리캐치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전달받은 링크를 클릭하고 마주한 화면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직관적이라 화가 났다(왜 이제 나타나셨는지 해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테스트 사용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하니 리캐치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니, 부탁드립니다. 꼭 써주세요(단호 - 돈 받은 거 아님).


이후 비즈니스캔버스 팀이 있는 사무실에 놀러 가서, 세일즈 리드와 얘기를 나누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아마존의 의장인 제프 베이조스가 강조한 고객 집착에 대해 문장 그대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 집착이 아닌 고객 집착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기업들이 고객 중심이라고 말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쟁자 중심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입니다.

-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의장)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맥락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지 물었지만, 특별한 답변은 없었고 약간의 질투와 부러움이라는 감정만이 남아있다(다시 생각해 보니, 대표자가 그런 사람들만 뽑았다는 답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재 밀도를 이렇게 잘 다루고 있는 팀이라니, 당장 입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제 입장입니다(당당). 이후 그들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궁금해했고, 지금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툴들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에너지 넘치는 요즘이다. 사용 가능한 선에서 모두 사용해 보고 글로 옮겨볼 예정이다.


이번 글은 몰입해서 쓰다 보니 조금 길어졌네요. 읽느라 시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다음 글에선 '창업' 관련 내용이 소개됩니다(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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