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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Feb 20. 2023

안테나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61.

많이 먹어야 많이 싼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백 편 본 사람 아이디어가 영화 한 편 본 사람 아이디어의 백 곱절이란 말은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건 체험의 부피(절대량)가 아니라 전압(電壓)이다. 같은 것을 겪어도 더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는 능력. 한마디로 <삘>이 훨씬 잘 꽂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대를 일컬어 인디언식 이름 붙이기로 <커다랗고 예민한 안테나가 돋은 자>라고 불러본다. 뭐, 안테나 대신 피뢰침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비유가 그렇다는 거니까.

 

아무리 좋은 글을 읽으면 뭐 하나, 까만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면. 아무리 도가 높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뭐 하나, 저 가져온 생각 그대로 다시 들고나갈 요량이면. 노을 지는 순천만을 데려가면 뭐 하나, 고작 매일 지는 해를 보라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냐 싶은 표정이라면. 시인의 안테나와 광고 크리에이터의 안테나는 다르지 않다. 공중에 떠다니는 사물의 미약한 전파를 강렬한 신호로 잡아내는 <感電力>이야말로 이 바닥 종사자의 유일한 라이선스가 아닌가 말이다. 사소한 것을 강렬하게 체험하는 크리에이터의 제 일차 감전. 그 감전의 결과로 만들어 낸 언어와 이미지(광고 크리에이티브)에 흐르는 저릿한 전류에 의해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제 이차로 감전된다. 그러므로 크리에이터의 안테나 감도가 곧 광고의 감도란 얘기다. 

 

안테나의 수신 감도는 짬이나 경력과는 무관하다. 나이와도 무관하다. 저마다 타고난 감도는 다르겠지만 훈련에 의해서 향상이 가능하다. 모든 크리에이터들은 먹고 자고 쌀 때도 안테나의 전원을 끄지 않길 바란다. 그분이 언제 오실지 누가 알겠나. 이 바닥의 크리에이터들이 매일 매시 매분 감전되길 축원한다. 스스로 감전되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큰 감전 있으시길 기원한다. (잔소리 한 스푼을 추가하자면 크고 작은 감전이 오실 때 반드시 기록해라. 鈍筆勝聰둔필승총, 그대가 아무리 총명해봤자 메모를 못 이긴다. 사진도 메모다)

 

<感電力>은 크리에이터에게 무소의 뿔이다. 그대의 <삘>, 그거 하나 믿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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