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지나간 하루의 냄새들

by 서란아

컵 안.
얼음과 물이 뒤엉켜 마치 물안개를 자아내는듯한 그곳에 묵직한 에스프레소 샷이 서서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뭔지 모를 황홀감이 눈을 덮어버린다.
완벽히 물들어버린 아메리카노는 주지 못하는.
에스프레소의 불규칙한 리듬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아메리카노만이 줄 수 있는.

순간이기에 더 애틋한듯도 하며,
완벽한 조화를 위한 불완전함이기에

더 소중한듯하다.

순간과 불완전함을 모르는 이들은

아메리카노가 입 안에 머물기도 전에 목으로 넘겨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이들은

아메리카노를 눈과 혀로 충분히 머금은 뒤 그제야 목으로 넘길 것이다.
머금는 그 순간이 주는 느낌을 알기 때문에.

완벽을 추구하는 요즘,
심지어 사람에게도 그 잣대를 들이대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기를 요구하는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는 아메리카노의 찰나를 보는 사람을 만나고싶다.
순간을 소중히 할 줄아는 사람을 만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