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워진 구덩이
회사와 집의 거리가 꽤 가까워서 20만 원짜리 자전거를 샀다.
집에서 나와 신호등 3개를 지나면 자전거도로가 펼쳐진다.
양 옆으로 벚꽃나무가 줄지어 있어서 얼마 전까지는 출근길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벚꽃나무 길에는 유일한 단점이 있는데, 자전거도로 중앙에 움푹 파인 작은 구덩이가 있다.
저녁 퇴근길에는 이 구덩이를 보지 못하고 달리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만약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렸다면 넘어졌을 것이다.
이후로는 항상 이 구덩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벚꽃나무길을 7개월가량 달렸다.
‘이런 건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 구청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그러다 지난주, 구덩이가 검은 시멘트로 채워져 있었다.
누군가가 드디어 이 구덩이의 존재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다친 사람이 생겨 구덩이가 메워진 것이 아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