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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날다 Apr 18. 2022

2022년, 엄마의 발품 기록을 시작하다

엄마의 부동산 투자, 40년 발품의 역사

엄마는 아들 없는 집에 세 자매 중 맏딸이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초등학교를 잠깐 다니고 9살부터 성냥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야 했다. 9살… 지금 내 딸의 9살을 생각하면 고사리 손을 가진 얼마나 어린아이인가. 엄마는 그 어린 나이부터 집안의 맏딸이라는 무게를 어깨에 이고 살았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엄마의 학력은 짧지만 지식은 넓고 깊었다. 지금도 엄마의 강원도 집에는 방 하나가 책들로 가득 차 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욕을 먹으면서도 책 한 권도 버리지 못하셨다


평생 책을 읽고, 매일 경제 뉴스를 보며 사셨기에 유식했고,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에 빠르셨다. 늘 위를 보며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며 사는 분이었다


반면에 아버지는 지금 당장 어떻게든 편하면 되는 사람이었고, 미래를 위한 준비나 노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발품을 시작한 것은 무책임한 아버지 때문에 늘 미래가 불안했기에 그저 마음 편안히 살 내 집 하나를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1977년,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발품을 시작하셨고, 무릎이 나가도록 평생을 돌아다니셨다. 많은 자산을 쌓으며 사셨지만 이제 되었다 싶으면 아버지가 부수고, 이제 마지막인가 싶으면 아버지가 날리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엄마가 쌓은 것들을 모두 무너뜨렸다


엄마는 나이 오십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강원도로 들어가셨다. 어느 날부터 딸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나의 발품을 함께 해주셨고 엄마의 모든 경험을 쏟아주셨다


엄마가 걸어온 길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희열이 있고,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절절한 후회와 가슴 아픈 깨달음이 담겨 있으며, 우리가 지켜야 할 부동산 투자의 기본에 대한 가르침들이 녹아있다


당신이 지키지 못하셨기에 딸에게는 당장의 큰 수익률보다 저평가의 매물을 찾아서 노후까지 잘 지키며 사는 것을 가장 중하게 가르치셨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흔들릴 때마다 부동산 투자의 기본은 발품이라며 길 위로 나를 끌어내셨다. 나는 길 위에서 잃어버렸던 길을 찾았고, 투자의 해답은 늘 그 길 위에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뜨거운 불길에 휩쓸리지 않으며, 차가운 겨울에도 묵묵히 걸을 수 있는 의연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엄마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올해로 나의 부동산 투자는 17년 차가 되어간다. 그중에 12년은 엄마와 함께 한 발품이었고 최근 5년은 나 홀로 걸었다


세상의 시선과 잣대로 보면 엄마는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지만, 20대부터 쌓은 발품의 거름을 밟고 내가 성장했다. 폐허가 된 엄마의 땅 위에 내가 씨앗을 내리고 싹을 틔워 나무가 자라고 열매를 맺었으니 엄마의 발품은 세상 최고로 소중하고 위대한 자산인 것이다



혼란의 시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의 길을 잃었고 혜로운 스승의 끌어주는 손이 절실한 이때, 엄마가 알려주신 투자자의 길은 어떤 시대를 만나도 무너지지 않는 묵직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투자의 장벽 앞에서 막막한 수많은 누군가를 위해... 내 딸의 미래와 그리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나를 위해... "엄마의 젊은 시절 발품과 내가 엄마와 함께한 12년의 발품, 그리고 길 위에서 알려주신 말씀의 자산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이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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