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며
믿음이 없을 땐 삶이 허상 같다
사람에 대한 믿음
희망에 대한 믿음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 믿음은 어디에서 자라나 사라질까
세속적인 갈망이 꿈에 대한 순수를 갉아먹을 때
지지 않겠다는 마음에 사람을 더 이상 사람으로
대할 수 없을 때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는
모두, 빈 껍데기가 되는 것
그런 이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감각은 무뎌져 있다
삶이 새롭지도 즐겁지도 않지만
그게 괴로운 일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럴 때는 조금 울어야 한다.
자기 연민에 갇힌 울음이 아니라
괴로움을 각성시키는 눈물이 필요하다
그 눈물 속에 온갖 자극에 상시 긴장 중인
뇌속도 비어내고
원망과 분노도 비워내고
각자가 다른 고통을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비슷한 고통을 짊어진 이의 아픔에
꼭꼭 감춰둔 나의 어둠을 밀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나의 것이며 동시에 당신의 것인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향한 뿌연 창을 닦아낼 수가 있다
고통 사이사이 별처럼 박힌 기쁨을 찾아내
누릴 수 있다
이 모든 게 허상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어도
세계가 비어있지만은 않다는 걸
잊고 있던 내 안의 어린 나와
그이가 서로 나누어 가졌던 사랑도
상기할 수 있다
소리치자
토해내 버리자
고장 난 울음이 있어야
고장 난 당신을 고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