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 엄마인 작가는 올해로 놀이터 죽순이 10년 차 경력직이다. 또래보다 제법 큰 편인 머스마들에게 보호가 필요하진 않지만 돌발행동이라든가 직진본능이라든가 하는 사건에 대비하여 출동 대기조로 움직인다.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시작하자면.
절대로 순한 맛 엄마는 아니고 쌍팔년도 골목길 출신 엄마여서 딸이고 아들이고 드세게 잡는 라떼 엄마다.
집 평수는 비록 고만고만해도 오지랖 평수는 대륙과 견주어 달라, 놀이터에서 위험한 아이들을 보면 고학년 남자애들한테도 한소리 지나치지 않는다.
삼 남매들을 이제껏 말썽 없이 키워온 나름의 기조는 명확한 규칙이었거니와 (아이들은 잔소리라 하지만) 까다로운 관리자에 적격인 ESTJ기도 하겠다.
그런 아지매가 갑자기 맘충이 되었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엄마들끼리 담소를 나누었다는 이유 만으로.
어린아이들 몇몇이 어딘가에서 다소 위험한 장난을 치고 있었고 공동주택의 공용 공간을 훼손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하필 놀이터에 나와 있는 엄마들이란 나와 함께한 무리밖에 없었어서 누가 봐도 저 어린이들의 보호자 같은 그림이었다.
진실하게 맹세하건대 우리 아이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전후사정 알 수 없는 이웃으로부터 지적 공격을 받게 되었고 억울하지만 그 자리에 앉았던 엄마들은 맘충이 되어버렸다.
우리 아이들이 아닙니다, 다른 집 아이일지라도 혹여 목격했으면 우리도 제지하였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언제라도 훈계 부탁드립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엄마들을 잘못 건드리면 싸움날 수도 있다는 '요즘 젊은(?) 엄마들' 프레임에 씌워져서 '내가 분명 봤는데 끝까지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 하는 답변이 왔다.
이러니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멘 사람이나 오이나무 밭에서 신발 고쳐 신은 사람이 얼마나 억울했겠냔 말이다.
지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네 입에서 오해였다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오기와 현피를 뜰까 하는 투지가 잠시 타올랐다. 그러나 더 반박해 봤자 소모적일 것 같아서 친한 지인들에게 푸념을 토로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러나 한 번 타오른 노기의 불꽃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불씨가 남아 다시 이글이글해지고 말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일지 알아맞혀보는 퀴즈 타임을 잠시 갖도록 하겠다.
독자님들을 위해 객관식 보기를 드린다.
첫째, 알고 보니 우리 애가 있었어서
둘째, 맘충으로 여론이 몰려서
셋째, 남편이 내 편을 적극적으로 안 들어줘서
정답은 무엇일까요?
저녁시간 내내 폭풍의 격랑에 휩싸여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던 필자를 건져내 위로한 이는, 바로 12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를 헐크로 분신하게 만들었던 10대 딸이었다.
엄마, 진짜 짜증 났겠다, 그 사람 너무한 거 아니야?
이 사단의 간접 제공자인 아들노무새끼들은 사건에 관심이 없다. 아니, 엄마가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아차 하면 '목메달리스트' 되었을 뻔.
시절이 변하여 아이들의 실수와 장난에 관하여 부모의 책임과 재물손괴를 적용하는 기준이 팍팍해졌다. 공놀이를 하다가 이웃집 유리창을 깼지만 솔직히 사과를 하였더니 정직한 아이로구나 허허하며 용서를 해주었다는 그 시절 교과서 같은 미담은 찾기 어렵다. 직진본능, 허세, 호기심, 개구쟁이 DNA는 시절이 변하여도 진화된 바가 없으니 대신 훈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놀이터에 나가기 전,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을 열창한 뒤 앞으로 전진. 그리고 아들봇 작동오류 시, 현장검거하여 연행한 뒤 이를 앙 다물고 눈에 힘을 주어 으르렁대는 것이다.
느그들 흔븐믄 드 그르믄 그믄 은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