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선영 Oct 08. 2024

                    내 무의식의  방엔

                                꼭지가  산다.

"꼭지야  꼭지야  엄마  어디  가셨노?"

어린 시절 나는 이름대신 꼭지라고 불렸다.  당시엔 아들이  없는  집  막내딸을  꼭지라고 부르면 남동생을 본다는 속설이  있어서  나도 그리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이 "  꼭지는  왜  꼭지고? 라  물으면 나는 어김없이  "  아들 낳지  말라고  꼭 지래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모두가 큰 소리로 웃고  "  야  아 대답하는 거 보소  아이고  웃긴다 "  라며  깔깔댔다.

  나는  그들의  웃음이 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대답해서  웃어제끼는 그들과 함께인  순간이 좋아서 일부러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웃음은 웃음이니까.

             꼭지 꼭지 산꼭지 수도꼭지 사과꼭지

             무엇하러  나왔나  큰 사람 되러 나왔지

  이런  가사에 맞춰 언니들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일명 꼭지송이라고 해서.

지금도  친척  어른들이나 당시의 주변분들은 나를 꼭지라고 부른다.  모든 것의 끝자락 꼭지. 끝에  붙은  존재  꼭지.

꼭지라 불리면서  나는 그  이름이 창피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꼭지는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꼭지 같은 애.

  살면서 이후에는 또 다른 이름들이 생겼다. 천주교 세례명인 효주  아녜스.  한국인  성녀의 이름이라 효주와  그녀의  세려명  아녜스까지 합쳐져 두 개나 되었다.

어학연수를 가서는 영어이름 코코로  불리웠다.

선영, 꼭지, 효주 아녜스 , 코코.  내 이름들이다.

  때마다 장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 보니  시간은  흐르더라.

  요즘은  남편이 나를 꼭지야라고  부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부를 때마다 나는  또다시  80년대 부산 영도에서 막내딸이던 나로 돌아가는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