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자그마한 몸통 표면에
울긋불긋 과실이 즐비하구나
둥근 열매 옆 까만 바탕에는
누가 지저분한 흰색을 뿌려놓았나
암것도 모르는 이 까칠한 할매는
날 억압하지 말라며 울어재낀다
가엾은 당신을 함부로 다룰 수 없어
부드럽고 빡빡한 천으로 꽁꽁 싸매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빠른 흐름 속으로
차가운 물질을 주저 없이 밀어 넣는다
그는 딱딱한 의자에서 모든 아찔한 풍경을
침착하게 전시하고 보고한다
그들의 하얀 시울은 이내 붉게 물들고
뜨겁고 복잡한 감정이 거기서 흘러내린다
건조하고 날카로운 마지막 선고 뒤에는
더 해줄 게 없다는 말이 변명처럼 이어진다
불편한 얼굴을 맞대고 비통함을 쏟아내다
더 있을 수는 없기에 결국 뒤로 돌아선다
지독하게 마땅한 그의 합리적 처리에도
지금, 오늘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