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의도치 않게 지치는 한 주였다. 특별 새벽 기도회 때문에 몸이 피곤한 것과는 별개로, 귀한 생명의 죽음을 이틀 연속으로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 친구는 18세가 넘은 노령의 작은 강아지였다. 지인의 반려견으로, 지난 5월 유선 종양 수술을 이겨내고 잘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사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내원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실제로 본 그 친구는 한눈에 봐도 상태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다.
체중도 많이 빠져 있었고, 스스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탈수, 저체온, 저혈압 등 쇼크 상태에 있었고 혈액 검사에서도 심한 산증, 빈혈, 전해질 이상, 심한 질소혈증이 확인됐다.
원래도 신장이 좋지 않았는데 급성으로 손상되어 워낙 노령이기도 한 데다 탈수 등 상황이 겹치면서 신부전이 아주 심하게 온 것으로 판단되었다.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였고 보호자도 인지하였다. 적극적인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호스피스 케어로 방향을 정하고, 아프지 않고 춥지 않도록 그리고 갑자기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보호자는 결국 안락사를 결정했고, 가족 모두가 함께 한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짧았지만 며칠 애를 써서 돌보고 기도했던 아이가 떠나가니 뭔가 가슴에서 빠져나간 듯 허무했다.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의 아이였기에, 그리고 가기 전까지 잘 보살핌을 받다가 가족들의 인사를 받고 떠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며칠 케어하느라 신경 쓰고, 또 엄숙한 의식을 다 치르고 나니 뻗어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또 다른 중환자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방금 떠나보낸 아이와 놀랍도록 상태가 비슷했다. 힘없이 옆으로 누워 있었고 뼈만 남은 것처럼 심하게 마른 11세(추정)의 길고양이였다.
보호자는 꽤 오랜 기간 길에 사는 그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했고, 갑자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 근처의 동물의료센터에 데려갔었다고 했다.
전반적인 혈액 검사를 다 했고 결과지를 들고 오셨다. 신장 관련 수치가 좋지 않고 빈혈이 심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빈혈이 심해 정맥 수액은 줄 수 없고 피하수액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부가 늘어나 텐트가 만들어질 정도로 탈수가 심하고 잇몸이 창백할 대로 창백한 환자에게 "빈혈" 때문에 정맥 수액을 줄 수 없다니… 수혈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피하수액?!
그 불쌍한 고양이는 다음 날 오후 급작스런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가정에서 잘 관리받지 못하는 길고양이가 11세 정도면 그래도 오래 산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하지만, (사실 바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상황에서 피하수액을 언급한 말도 안 되는 수의사를 만나게 된 것이 못내 아쉽고 또 한편으론 미안스러웠다.
차갑게 식은 아이를 상자에 뉘어 아직도 눈이 퉁퉁 부어있는 보호자에게 안겨드렸다. 그리고 진료실에 들어가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았다. 땀이 식어 서늘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웃으며 다른 환자와 보호자를 대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때는 바쁜 토요일 오후 4시.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퇴근 직전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7시 땡 치자마자 병원을 뛰쳐나왔다. 시원했다. 그리고 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