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 정치인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늘 하는 생각이지만 오늘은 좀 글로 남기고 싶단 생각이 든다. '높은 사람이 손님으로 왔으니 소개하는구나'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젠 보면 볼수록 불편하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정치인은 왜 교회에 올까이고, 둘째는 교회에선 예배 중에 왜 정치인이 왔다고 광고할까.이다.
첫째는 좀 쉽다.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이니까… 모두가 쉬는 일요일에도 난 지역구에 위치한 교회에 나가서 주민들에게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하는 열일하는 정치인이란 자기 홍보용 활동일 것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 말고 다른 교회에도 가는지, 지역구에 있는 모든 교회를 임기 동안 모두 방문하겠단 멋있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일의 연장으로 교회에 방문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순 없겠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왜 광고시간에 정치인이 왔다고 특별히 일어나서 인사하도록 소개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어쨌든 정치인은 교회에 모인 주민들을 위해, 대표해서 일하는 사람이니까 힘내서 잘하라고 격려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뭐… 취지는 나쁘지 않다.
둘째, 귀빈 소개의 뜻이 담겨있을 수 있다. 졸업식이든 기념식이든 꼭 귀빈 소개 순서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꽤 높은 사람 또는 유명한 사람이 왔다는 것을 참석자들에게 알려서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라는 것을 부각한다.
셋째,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의전"을 뜻한다. 아주 의미 있는 방문자가 아니면 보통 별도 소개를 하지 않는데 정치인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닌데 소개를 하는 것은 VIP에 대한 격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방문한 사람을 소개하는 것인데 왜 그렇게 까다롭게 생각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손님을 인사하게 하는 것인데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좋아하는 정치인이 왔다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배는 사회에서 하는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배는 오직 하나인 신을 높이기 위해, 전지전능한 신 앞에 하나같이 미미한 존재들이 겸손하게 엎드리는 자리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보다 높은" 특정 인간을 "특별히 높이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신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까? '짜식들 귀엽네…' 하며 웃어넘기실까? 아니면, '저것들 뭐 하는 짓이야?' 하며 어이없어하실까?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오늘은 특별히 내 머릿속을 맴돈다. 그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 습관적으로 또한 형식적으로 그 자리에 가있기에 가끔은 잊어버리곤 하지만 예배는 사람을 위한, 사람이 드러나선 안 되는 시간이다.
신앙인이 아닌 정치인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식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배의 의미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교회라면, 이제는 정치인 소개는 멈추자. 그냥 주보 광고란에 한 줄만 써도,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