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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 Mar 15. 2024

[싱가포르 여행]
싱가포르 밤하늘을 보며

슈퍼트리 쇼, 마리나 베이, 머라이언 파크, 센토사 섬, 팔라완 해변 

어서 누우세요! 곧 슈퍼 트리 쇼가 시작될 테니. 혹시 윽박지르는 것처럼 들렸다면 사과할게요. 쭉 넋을 잃고 서 계신 모습을 보니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치유를 놓칠까 싶은 맘에 실례를 범했습니다. 궁금하시면 주변을 둘러보세요. 태반이 앉거나 더러 누워있는 풍경을. 괜찮아요, 깔개 따위 없으면 어떻습니까. 저도 벌러덩 누울 생각이에요. 몇 초 후면 이 거대한 정원을 음악이 가득 채울 테고 저 기이한 인공 나무들은 그에 맞춰 일곱 색깔로 춤을 출 겁니다. 그 쇼를 즐기는 방법 중 최고는 이렇게 누워서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팔, 다리 가능하면 온몸에 힘을 빼고서. 


어때요, 마음이 좀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사실 이렇게 땅바닥에 눕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흥분하기 마련이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순간의 환희 비슷한. 생각해 보면 여행도 그런 거죠. 평생 하지않아도 이상할 것 하나 없지만 떠나 보면 다른 어떤 것으로도 느낄 수 없는 떨림이 있잖아요.



| 매일 밤 신비의 숲에서 열리는 축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 슈퍼트리 쇼

ⓒ 김성주 작가



누워서 보니 한결 더 신비롭죠? 영화 <아바타> 속 장면 같기도, 미래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기도 하니까. 저도 처음 왔을 때 그랬어요. 사람이 만든 숲, 인공적인 자연이라니. 이름 그대로 나무를 형상화한 열두 개의 슈퍼트리(Supertree)는 모양 뿐 아니라 기능까지도 나무를 흉내 내고 있습니다. 열을 흡수하고, 빗물을 저장하고,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 데 사용되죠. 유리 돔 안에 있는 식물원 내부의 공기를 정화하기도 하고 밤에는 가로등 역할까지 한다고 해요. 웬만한 밀림에서도 보기 드문 50m까지 쌓아 올린 것을 보면 사람의 욕심도 잔뜩 머금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성주 작가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눈과 귀가 즐거운 축제겠죠. 부산보다 작은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매일 저녁 여기서 열리는 슈퍼 트리 쇼인 것을 보면요. 하늘과 땅이 색색으로 일렁이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 인공 숲의 원래 목적은 현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편안히 누워 감상해 보시죠. 잊지 못할 매혹을. 아마 한 시간 기다려 다음 회차도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 밤하늘 수 놓는 빛과 색의 향연, 

마리나 베이 & 머라이언 파크

ⓒ 김성주 작가



소리와 빛, 색들 모두 만끽하셨습니까? 15분이 정신없이 지나갔죠? 저는 사흘을 매일 저녁 왔는데도 매번 가슴 벅찬 경험을 한다니까요. 이대로 저와 함께 누워 다음 회차까지 감상하고 가시죠. 작은 도시지만 초행이면 들어 두면 좋을 것들도 있고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싱가포르는 아는 만큼 보이는 곳이거든요. 슈퍼 트리 쇼를 보며 느끼셨겠습니다만 싱가포르, 그중에서도 대표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주변 야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 김성주 작가


대부분 이 정원 반대편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를 첫 손에 꼽을 테고요. 사자 머리에 물고기 꼬리가 달린 상상 속 동물 머라이언(Merlion)과 마리나 베이 샌즈를 한 프레임에 담아 봐도, 그 뒤로 펼쳐진 빌딩숲을 360도로 감상하셔도 좋겠습니다. 또는 높은 곳에서 이 모두를 내려다보는 방법도 있겠죠.


머라이언 파크 주변으로는 수많은 루프톱 바와 고층 레스토랑이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가장 높은 1-Altitude를 가 보았습니다. 63층 건물의 꼭대기에서 싱가포르 슬링(Singapore sling) 홀짝이며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신이 된 기분이더군요. 참, 싱가포르 곳곳에 여러 개의 머라이언이 있으니 찾아 보셔도 재미있겠습니다.


| 아랍에서 인도, 중국으로 다채로운 골목 여행

ⓒ 김성주 작가



싱가포르 여행의 백미는 골목에 있습니다. 그것도 좁은 길까지 그득하게 쌓여 있어요. 작은 땅이지만 말레이, 중국, 인도계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따로 또 같이 펼쳐 놓았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빌딩숲을 헤치고 넘어가면 차이나 타운이 나옵니다. 어느 나라나 차이나 타운들은 중국 현지보다 더 중국 같아요. 이곳도 그렇습니다. 싱가포르 강을 건너면 아랍 스트리트 그리고 리틀 인디아로 이어집니다. 



ⓒ 김성주 작가



이름처럼 각각의 동네가 건축물부터 생활양식까지 뚜렷하게 구분이 됩니다. 걸어서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서 두 발로 몇 개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었거든요. ‘골목 여행’이라는 말이 싱가포르처럼 어울리는 곳도 흔치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녁때 다시 마리나 베이에 오면 그 사람들이 함께 빚은 현대적인 도시 풍경이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올 겁니다. 내일 하루는 그렇게 여행해 보세요. 



ⓒ 김성주 작가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모이니 즐길 수 있는 음식도 어느 나라보다 풍부합니다. 어느 것도 싱가포르 고유의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싱가포르의 것이 되었죠. 향신료와 코코넛 밀크의 풍미가 살아있는 국수 락사(Laksa), 싱가포르식 돼지 갈비탕 바쿠테(Bak kut teh), 모든 게 요리의 왕이라 불리는 칠리 크랩(Chilli crab), 하이난 치킨 라이스(Hainanese chicken rice), 사테(Satay), 카야 토스트(Kaya toast) 등등. 아마 이미 알고 계신 것들도 있을 겁니다. 차이나 타운, 아랍 스트리트, 리틀 인디아에서 각국의 음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고 그것들이 뒤섞여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맛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되겠죠. 저는 차이나 타운에 있는 호커 찬(Hawker Chan)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초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노점이자 가장 저렴한 미슐랭 레스토랑이거든요. 대표 메뉴인 간장치킨 누들이 한화 3,000원 정도니 일부러라도 가 볼 만하죠? 어디서 그 가격에 미슐랭 음식을 맛보겠어요. 



ⓒ 김성주 작가



아, 사테 거리도 꼭 가 보세요. 밤이 되면 도시 곳곳에 있는 호커 센터(Hawker Center)들이 야시장으로 변신하고 이내 꼬치 굽는 연기와 냄새가 진동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활기 넘치는 그 풍경 속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참,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핫플’ 티옹 바루(Tiong bahru)도 리스트에 적어 두세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가인데 근처에 개성 있는 서점과 식당, 카페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내일 가 볼 생각입니다.



| 아시아 남쪽 끝지점! 

센토사 섬, 팔라완 해변

ⓒ 김성주 작가



늘 복작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쪽에 있는 센토사(Sentosa) 섬에 가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아름다운 해변부터 수족관, 테마파크, 골프장, 리조트까지 도심과 사뭇 다른 여유가 있어요. 새하얀 백사장이 아름다운 실로소(Siloso), 탄종(Tanjong), 팔라완(Palawan) 등의 해변이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해변들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거죠. 맞아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처럼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척박해진 해변을 근처 나라에서 사 온 모래로 덮어 꾸민 것이라고 합니다. 알 수록 재미있죠? 스스로 자연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물론 지금은 듣기 전엔 누구도 눈치 못 챌 만큼 아름다운 해변입니다만. 거기서 본 노을도 참 근사했습니다. 



ⓒ 김성주 작가



그도 그럴 것이 센토사 섬은 아시아 대륙의 남쪽 끝이거든요. 팔라완 해변에 있는 긴 흔들 다리를 건너면 두 개의 목조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이 아시아의 최남단 지점입니다. 그 아래로 남중국 해가 끝없이 펼쳐지고요. 제가 엊그제 전망대에 갔을 때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이곳에서야 스콜(Squall)은 워낙에 흔한 일이지만 거세기도 했고 두 시간 넘게 이어졌거든요. 바람이 불면 빗물이 전망대 안쪽까지 날아들고 흔들 다리가 잠겨서 고립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고. 그래도 그때 가만히 난간에 기대 이런 저런 상념들을 넘겨봤던 것이 여행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때였어요. 


ⓒ 김성주 작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등 뒤로 펼쳐진 싱가포르가 좀 다르게 보이나요? 다가올 두 번째 슈퍼트리 쇼가, 여행의 설렘이 조금이나마 더해졌나요?



이 글은 포토그래퍼 김성주 작가가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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