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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런 Mar 22. 2024

내가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를 속절없이 응원할 줄이야

위대한 선수는 인성도 좋아, 정치인들 본받으면 어떨까

우리 세대는 일본 이야기가 나오면 귀를 쫑긋해도 일본의 좋은 점은 애써 감추고 칭찬에는 인색한 편이다. 한때 다짜고짜 싫어하는 반일감정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식민지의 적개심을 강조한 학교교육과 부지불식간 쌓인 그릇된 인식 때문에 생긴 것으로 짐작된다.  


   


일례로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는 '혈전'과 '전투'로 비유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심산이 우리 기저에 깔려있다.


     


그런데 이런 지나친 경쟁의식은 요즘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본인에 호감을 표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30)를 응원하고 있다.


      


야구도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내가 오타니 이야기에 솔깃하다니 일본이 좋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요즘 젊은이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


     


우리 아들도 일본에 대한 느낌과 인식이 그리 나쁘지 않다. 아들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나면 국내보다 일본여행을 자주 가고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우동이 맛있고 일본문화가 그저 편하다고 말한다. 뭔가 이끌려 즐기는 것뿐이라는 반응이다. 모두가 그런 것 아니겠지만 우리 세대와는 분명 다른 감정으로 일본을 대하고 있다.


     


내가 오타니에 주목하는 건 그가 야구만 잘해서가 아니다. 프로선수가 갖춘 그의 영특한 가치관이다. 잘 치고 던지기도 하지만 그는 어딜 가나 사람 됨됨이가 좋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이번 서울시리즈를 통해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오타니 인기가 뜨겁다. 언론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며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나도 사실 그 열기에 흠뻑 빠졌다.


     


오타니의 인터뷰와 팬들의 반응까지 살피는 내 모습을 두고 곱잖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오타니를 응원하고 있다.  


   


오타니에 대한 관심은 몇 해 전 언론이 조명하는 다양한 기사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그에 대한 평가가 이해불가일 정도로 칭찬 일변도인데 그 이유와 비결이 궁금했다.



그의 인간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유명선수치고 이른바 '스캔들'이 있을 법한데 그에게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론은 그의 인생 가치관이다. 오타니는 어려서부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지금도 선수 기량 못지않게 성실하고 공손한 태도와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관심을 갖다 보니 팬들이 오타니에 왜 열광하고 기뻐하는지 그 기분을 조금은 알게 됐다. 오타니를 보며 자신의 미래와 희망을 베팅하는 젊은이들처럼 덩달아 나도 젊어지는 기분이다.


     


오타니는 배트를 휘두르고 공까지 잘 던지는 모습은 내가 봐도 천재로 보인다. 여기에 착한 인성까지 갖췄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오타니가 대한민국이 자신이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하는 대목도 생경하면서 반갑다. 프로선수의 립서비스라는 걸 십분 감안하더라도 그 말에는 반감을 무장해제시키는 뭔가가 들어있다.


      


오타니를 보면 위대한 선수는 실력도 탁월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인성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타니가 슈퍼스타로 특별한 인기를 얻는 비결이기도 하다. 



팬들은 오타니의 매너 하나하나와 스포츠 정신을 지켜보고 있다. 내가 오타니에게 무조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비슷하다.


     


축구도 모르긴 매한가지지만 오타니 보다 두 살 위인 우리나라 손홍민 축구천재는 또 어떤가. 손홍민은 뉴스에서 대통령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세계적인 축구선수이다.


    


엄청난 스피드로 뛰어가 번개같이 골을 넣고 그가 연출하는 손가락 카메라 세리모니는 언제 보아도 귀엽고 즐겁다. 이 장면에서 나는 투병하는 의지와 용기를 얻기도 한다.


     


내 또래들도 짜증 나고 답답한 뉴스를 보다가 손홍민 스포츠 인터뷰를 보면 만성체증이 내려간다며 그를 극찬한다.


     


그런데 오타니와 손홍민 두 천재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둘 다 밝은 인상이다. 잘 생긴 얼굴은 타고났더라도 표정은 속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들은 승패를 떠나 늘 긍정적인 표정이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이 오타니와 손홍민에게 배울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인성과 인품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패거리 정치와 막말을 보면 배신감마저 느낀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두 천재선수처럼 팬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는 선한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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