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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런 Nov 15. 2024

송년회에서 '인기 있는' 친구는 따로 있다

송년회 때 외로운 친구에게 따뜻한 한마디 건네고 싶어


▲ 지난해 고교동창 송년회에서 친구들이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1월 말 송년회 일정이 잡혔다. 12월 송년회는 언제 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그 많던 송년회는 사라지고 고등학교 동창 송년회만 근근이 이어오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집행부는 많이 참석하기를 호소하지만 참석자는 매년 풍선 바람 빠지듯 줄고 있다.



동창회 총무는 참석자가 30명은 꼭 넘어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비용을 물어야 하고 사전 예약도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송년회에 30명 이상 참석할 것으로 예약했는데 20명도 채 모이지 않아 낭패를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친구들 반응이 신통치 않다. 참석하겠다며 댓글은 단 친구는 회장단과 총무 등 몇 명에 불과하다. 매일 독려하지만 참석 인원은 답보상태이다.



송년회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이 다 모이지 않는다. 도리어 그런 걸 싫어하거나 거리를 두는 동창도 있다.



참석을 두고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한다. 친구 따라 이유 없이 불참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 그만큼 동창회 결속도 희미해졌다.



하지만 은퇴 이후 그나마 남은 친구는 고교동창뿐이라는 생각에 송년회 모임에 꾸준히 얼굴을 비치는 친구들도 있다.



송년회에 가야 비로소 친구들 동정을 알 수 있다. 젊을 때는 출세한 친구들이 명함 돌리기 바빴다. 지금도 능청스럽게 지난 이력이 적힌 명함을 건네는 친구들이 있다.



이제는 명성과 지위에 초연하고 대부분 자유롭다. 대신에 건강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송년회 모임에 일단 참석하면 그 친구의 건강은 합격점이다. 얼굴에 '건강점수'가 쓰여있다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한 친구가 벌써 2년째 백두대간에 도전하고 있다며 체력과 등산실력을 자랑했다. 그의 영웅담에 모두 부럽다는 눈치다.



이에 질세라 다른 친구는 몇 년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응수했다. 친구들은 놀란 입을 잠시 다물지 못했다.



그는 내년에 '서브 4' 달성을 목표로 하는데 낙관했다. 서브 4는 풀코스 42,195킬로를 4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단계를 말한다.



우리 대부분 황영조와 이봉주 같은 세계적인 일류 마라토너들만 떠올렸지 친구가 준비하는 마라톤과 도전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감동한 친구들은 기립해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 어떤 친구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먹는 비타민과 오메가3를 약장수처럼 설명했다. 몸에 좋다는 그의 말에 옆의 친구는 메모를 했다.



위에서 언급한 친구들이 우리 세대 송년회에서 주목 받는 주인공들이다. 도전과 건강을 위한 삶은 누구나 바라는 꿈일지 모른다.



그러나 진짜 인기 있는 친구는 따로 있다. 오랜만에 나타난 친구를 찾아 알게 모르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 끼리끼리 모였다 헤어진다. 앉은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밥만 먹고 가는 친구도 있다.



송년회에 왜 왔을까 싶은데 친구들과 섞이지 못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소심하고 외롭다는 표현이다.



세월 따라 친구의 관점도 달라진다. 요즘들어 그간 전혀 몰랐던 친구의 인생과 사는 이야기를 접하곤 그를 동경할 때가 많다.



내 나이에 '측은지심'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라 생각한다.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외로운 친구에게 다가가 반갑다며 손을 내미는 친구들이 새삼스럽지만 존경스럽다.



송년회가 끝나고 회자되는 친구들도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대하는 인정 많은 친구들이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이번 송년회에 가면 소원했던 친구들에게 이름을 부르며 먼저 손을 내밀 계획이다. 반대로 혹시 그 친구가 외롭게 보이는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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