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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Apr 13. 2023

일단 해보는 PM이 되는 길

습관처럼 검증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더 이상 사무실에 앉아있지 마라!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멋진 PM이 되는 책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해요. 하지만 앉아있지 않으면 뭘 해야하는지 막막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팀에서 PM이라는 책임감이 더 강해지며 '액션'하는 PM의 Role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는 중이랍니다. : 행동파 PM되기 


최근엔 호시탐탐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는 것에 초점을 많이 두고 있었어요. 빠르게 '가치'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생각랜드(thoughtland)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의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이요. 최근에 팀과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액션'을 해보았는데 - 생각보다 크고 작은 인사이트와 확신을 주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 저의 PM 성장기에도 남겨보려고 해요. 




1. 빠르게 유저 되어보기 : 모닝 커피 딜리버리맨



아이디어 : 모닝 커피가 습관이신 분 있나요?

    저는 정말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지경인데요, 건강에 좋냐 안좋냐는 잠시 미뤄두고 우리 모닝 커피라는 견고한 수요 Q에 대해 생각해보자구요. 증권사에서 잠시 인턴을 하며 아침마다 우르르 몰렸던 '모닝 커피 인파'를 떠올렸을 때, 모닝 커피에 대한 루틴한 수요는 저 뿐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그 중에, 저처럼 아침 여유가 부족해 모닝 커피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침마다 지각을 일삼는 제가, 지각 이슈로 모닝커피를 놓치는 매일을 보내며 아쉬운 마음에 '모닝 커피 딜리버리 서비스'라는 괴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에요. 배달비를 지불하고 아침마다 회사 테이블로 모닝 커피를 배달 받는거죠. 만약 같은 건물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같은 건물에서 커피를 배달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면? 같은 건물에 있는 누군가는 배달원을 자처하며 짭짤한 아침 부수입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실험 : 빠르게 유저 되어보기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자마자 저는 옆 자리 동료인 O에게 '매일 천 원을 보태 커피값을 보내줄테니, 아침마다 커피를 사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직접 모닝커피를 주문하는 유저의 입장이 되어 지불용의가 있을만한 서비스인지 체험해보기로 한거죠. 그렇게 3일 동안 아침마다 제 사무실 앞자리에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놓여져있었고, O는 일찍 도착한 대가로 1000원을 벌었어요.


인사이트 : 모닝커피 딜리버리 서비스의 본질은 '딜리버리'가 아닌 '정기주문' 

    웃길 수도 있지만 제게 모닝 커피가 보장된 3일은 정말 행복했답니다. 1000원 지불 정도야 아깝지도 않았어요. 물론 저의 개인적인 지불용의였기 때문에 서비스의 가치로 확장할 순 없었지만 - 모닝 커피 딜리버리 서비스가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의외로 알게 된 것은 '커피 배달원'의 입장이었는데요, 우선 O는 3일 동안 옆자리 동료의 1000원을 뜯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에 퍽 만족해 했어요. 저는 저와 O의 효용의 일치에 기뻐하며, 작은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놀라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답니다! 


인터뷰 스크립트 ---

유니 "아침마다 커피 있으니까 진짜 너무 좋다. 솔직히 천원 더 내는 게 아깝지도 않고, 그냥 4천원만 되면 안 살 이유가 없는 것 같아."

O "나도 아침마다 천원 씩 버는게 꽤 짭짤해."

유니 "봐바, 그러면 만약에 건물 단위로 모닝 커피 배달해줄 수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지금 우리 팀 세 명이랑, 옆  사무실 여자 분들까지 한 번에 갖다줄 수 있으면 어떨 것 같아? 매일 5천원 정도까지 벌 수 있어."

O"근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 것 같아. 너꺼 하나 사는 것도 기다리기 지루해."

유니 "그러면 아예 주문자가 커피숍에 미리 커피 정기결제를 등록해서, 오빠는 시간맞춰 나오는 커피를 받으러 가기만 하면 어때?"


딜리버리 맨이 느끼는 효용가치를 깎아내는 과정이 다름 아닌 '커피 제조 시간' 이라는 사실, 그리고 정기 배송 서비스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하는 가치 창출 단계가 '일정한 시간에 픽업이 가능한 정기 주문'이라는 사실까지 새로 알게 되었어요. 물론 장난처럼 시작한 아이디어를 장난처럼 옮겨 본 것이지만 - 직접 유저가 느끼는 효용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해당 효용 가치를 창출해내는 과정의 새로운 인사이트까지 도달하는데 단 3일, 그리고 3000원이 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어요! 




2. 빠르게 얼리어답터 '만들기' : 퍼스널 명함 암행어사



아이디어 : 스몰톡의 막막함을 타파하는 명함

    지금 함께하고 있는 팀에서 노력하고 있는 아이템이기도 해요. 단순히 이름과 연락처만이 담겨있는 직무 맥락의 명함과 달리 취미나 취향 등 나의 진짜 모습들이 담겨있는 명함을 첫 만남에서 공유하면 어색하고 불편한 스몰톡 상황을 타파하고, 나를 더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실험 : 친구에게 우리 가치를 세뇌시키고 실제로 명함을 쥐어주기. 

    이런 퍼스널 명함 아이템을 디벨롭하기 전에 - 생각랜드(thoughtland)에서 명함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실제로도 워킹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상황과 사람에 따라 쓰는 용도가 달라질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아이템의 본질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래서 우리 팀은 각자 가장 친한 친구에게 프로덕트의 모든 가치를 전달하고, 친구들이 프로덕트의 쓰임을 이해하고 가치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명함을 소량 발주해 쥐어주고는 '앞으로 일주일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일어나는 행태들을 공유해줄 것'을 부탁했어요. 얼리어답터 유저들을 만나기 전에, 프로덕트의 본질적인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얼리어답터를 만들어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인사이트 : 프로덕트에 대한 확신

    이 실험은 사실 저희 팀이 프로덕트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한 결정적인 실험이 되었어요. 마음 한 켠엔 긴가민가 - 설마 정말 이렇게 쓰이겠어?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퍼스널 명함으로 자신을 소개한 사람들은 데면데면 알고 있던 동료들과 주말 등산 약속이 생기고, 사람들을 처음 마주치는 상황에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든든함을 품게 되었다고 에피소드들을 전해왔어요.

    물론 위 딜리버리맨 실험과 같이, 일반화하고 시장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니었지만 - 이 가치에 공감하는 유저들은 실제로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정성적 데이터 - 아이템 방향성 설정에 있어 확신을 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답니다. 




3. 빠르게 니즈 채워보기 : 해외축구 오픈채팅방



아이디어 : 취미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취미가 같은 사람들 좀 만나고싶다~" 라는 생각해보신 분들 계신가요? 사실 일상이나 인터뷰에서 이런 니즈는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만나면 즐거운 친구들이지만 취미 생활을 함께할 수는 없어 아쉬운 순간들. 취미 친구를 찾으려는 니즈는 생각보다 보편적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사람들은 공통사가 많은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요? 같은 소속, 같은 취미, 같은 취향이나 공통점들이 '친해지고 싶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해봤어요.


실험 : 해외 축구 오픈채팅방 개설

    이건 제가 실행에 옮긴 내용은 아니에요. 팀 동료인 K는 위와 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도 마찬가지로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해외축구 팬들(공통사 2개)'이랑 친해지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정말 빠른 실행력으로 그 자리에서 에브리타임에 소모임 모집글을 올렸죠.

    멋지게도 K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해외 축구 팬이고, 심지어 다른 해외 축구팬들과 친해지고 싶은 니즈가 있는 학생들이 꽤 있었어요. 게시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 K는 사람들을 오픈채팅방에 초대해 해외축구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인사이트 : 친한 사람과 같은 취미였으면 좋겠다는 거지, 공통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인간적 호감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K는 팀에게 '공통사만으로 사람에게 친해지고 싶은 종류의 흥미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털어놓았어요. 사람들이 느끼는 '취미를 같이할 친구가 없다'는 진짜 의미는 '친한 친구들과 취미도 함께하고 싶다'는 거지, 취미가 같은 불특정 다수와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걸로 보여요.

    이후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며 유저들의 '진짜 니즈'는K가 느낀 것과 같은 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해결하려는 유저의 problem과 needs가 나에게도 있는 것이라면, 나의 솔루션을 가장 빠른 단위로 치환해 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 또한 - 멋진 인사이트를 줄 수 있었던 경험이에요. 


일단 해보는 PM이 되는 길,

엄밀하지 않고, 일반화하기에 어렵고, 어쩌면 확증편향으로 흘러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최근 위의 세 가지 '무작정 액션'을 해보며 행동파 PM만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역시 무작정 가장 빠르게 가치를 검증해 보는 방법, 결국 lean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앞으로 더 헤매다 또 들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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