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온종일 수박 구경을 실컷 했다.
수십 통의 수박이 든 카트가 계속해서 밀려들어온다.
물이 가득한 통에 한 통, 한 통을 담근다.
세척된 수박이 테이블이 있는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그 방에는 네 명 내지 다섯 명의 칼 든 남성이 위생작업복과 앞치마, 장화, 장갑, 마스크, 위생모를 착용하고 수박을 기다린다.
진두지휘하는 한 사람이 수박 한 통씩 테이블 위에 올려서 꼭지 쪽과 반대쪽을 능숙한 칼 솜씨를 부려 따 버리고 수박을 반으로 가른다.
반으로 나눈 수박을 나머지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밀어 보내면, 드디어 칼을 든 남성들이 수박을 자기 앞으로 가지고 와서는 능숙하게 껍질을 벗겨낸다.
빨간 속살은 최소한도로 깎아내는 것이 포인트!
칼을 잡은 손은 칼 손잡이를 꽉 잡아서 놓치지 않게끔 하고 다른 손으로 칼 끝을 잡고 밀어서 껍질을 벗기는 것이 기술이다. 마지막에 수박 모양에 따라 스냅을 줘서 수박 아랫단까지 한 번에 깔끔하게 벗겨내는 것이 진짜 기술이다.
반대편 끝에 있는 사람은 껍질 벗겨낸 수박을 서너 조각으로 나누어 사각 플라스틱 상자 안의 봉지에 담아 적당량이 차면 차곡차곡 옆으로 쌓아 올린다.
바로 옆 작업장에는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수박 조각들을 분쇄기에 넣고 즙을 짠다.
분쇄기 옆에는 분쇄기 입구로 상자 안 봉지에 든 쪼개진 수박들을 들어 올려 넣을 수 있게끔 2단 철재 계단이 있다. 한 번에 여섯 상자씩 쌓아놓고 분쇄기에 털어놓는다. 크고 긴 호스를 통해 짜지는 즙들은 큰 통으로 모인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찌꺼기 수박들을 빈 통에 봉지를 씌워서 모았다가 가득 차면 한번 더 분쇄기 안에 투입한다.
재탕한 찌꺼기는 모아서 폐기통에 버린다.
이렇게 큰 통에 모인 즙은 블랜더로 곱게 갈아주고, 그 즙은 다시 한번 기계 속으로 들어가 곱게 갈린다.
그 옆 작업에서는 일정량의 수박 주스가 팩 속에 투입되고 밀봉되어 제품으로 태어난다.
허리가 뻐근하고, 손가락, 손목이 시큰시큰거린다.
수박은 실컷 먹어 배 터지기 일보 직전의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