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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엠지MZ대리 Aug 09. 2023

제가 틀렸습니다

리치디보스 긍정의 말 첫번째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사과하는 것과는 다른 말이다. 사과하는 것도 비단 어려운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젊고 한창 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할 때는 특히 실수를 인정하기 두려워 한다고 한다. 동시에 실수를 인정한다는 것은 일종의 해방감을 준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이 다르듯, 머리로 받아들였지만 가슴에서 진정으로 "제가 틀렸습니다"라는 말이 아직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젊은이의 오기 같은 것이 아무래도 마음의 대문 앞에 벽처럼 솟아있는지도 모른다. 그 벽은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가두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두려울까. 다른 사람에게 내가 틀렸음을 인정함으로써 오는 일종의 타격도 있겠지만 결국 나는 나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 틀렸음을 인정하길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닐까. '틀려도 되는데, 실수해도 괜찮은데.' 입으로는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을 사실은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틀렸습니다'라고 생각 혹은 내뱉는 순간 바로 뒤에 따라붙는 마음, '하지만' 이라는 변명이다. 나는 스스로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도 그리고 그 뒤에 습관처럼 변명을 붙이는 것도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지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 것도,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손쉽게' 헤쳐갈 수 있으리라 교만한 것도, 잘못 판단했던 일도, 다른 사람들을 미성숙하고 섣부르게 현혹한 것도, 포용하고 타협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이기고 싶어서 언쟁을 벌인 것도, 나는 베풀지 않았음에도 상대는 희생하고 베풀길 바란 것도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문장들을 나열하면서 특히 더 고통스럽게 텍스트를 타이핑한 부분들을, 그 앞에서 지울까 말까 고민한 순간들을, 문장을 쓰면서도 여전히 '하지만' 이라는 변명을 떠올리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모든 마음들 앞에서 고백한다.



"제가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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