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를 시작한지 2주가 지났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모든 걸 한번에 시작했다. 초반부터 무리했던 걸까. 너무 많은 정보를 한번엔 받아들였고, 동시에 만만치 않은 스케줄을 소화했다. 거기에 프랑스 여행을 준비한다고 먹지도 않던 피임약을 먹었다. 그 때문일까 아니면 몸이 무리했나. 부정출혈인지 상태 나쁜 질분비물일지 모를 것이 생리 후에도 며칠간 계속 나왔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은 마음으로 산부인과엘 갔다. 귀찮은 마음이 컸는데, 예상치 못한 병원의 말. 원인불명의 부정출혈엔 자궁경부암 검사가 필수란다. 나는 방구석에서 바퀴벌레라도 본 것 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주말 동안 컨디션 관리를 잘 해준 덕분인지 부정출혈은 멈추었다. 하지만 내 마음엔 다른 불안이 생겼다.
‘만약 내가 실제로 자궁경부암이어서 출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남자친구는 그래도 나를 사랑해줄까? 나와 결혼할까’
‘만약 반대의 경우여도 나는 남자친구와 평생을 함께할 결심을 번복하지 않을까?’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한 우리. 심리가 안정적일 땐 불안한 요소가 없었다. 찰나였지만 순간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 관계를 더 깊게 들여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같이 외출을 다녀오는 길에는 남자친구가 운전할 때 두어번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었다. 사고는 없었지만 내 심장은 사고를 당한 것처럼 빠르게 달음질쳤다. 불안했다. 갑자기 그가 너무 낯설었다. 역시 내가 결혼을 성급하게 결정한걸까. 그러지 말라고 남자친구에게 말했고, 남자친구도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내 초조함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결국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의 곁에 있을 때 누구보다 편안하고 안정감이 들어 평생을 결심했는데, 내 결정이 성급했던 건 아닌지 불안했다.
이런 생각이 시작되니 그의 다른 면모도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미소, 나를 만지는 손길, 나를 바라보는 눈빛, 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 찰나의 그의 모습 등… 낯선 눈으로 계속해서 그를 관찰했다. 그도 이러한 내 불안심리를 느꼈을 것이다. 나도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그 역시 혼란스러울까 걱정되었다. 이것이 불안심리에 따른 일시적인 증상인것인지, 이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하는 신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