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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May 13. 2024

댈러웨이 부인 4

Mrs. Dalloway 4

     클라리사가 쉬고 있는 방에 엘리자베스가 들어왔다. 문밖에서는 킬먼이 어울리지도 않는 방수 코트를 입고 층계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킬먼은 가난했고 클라리사가 어리석고 잘난 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행복을 갈취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녀의 집안이 독일 혈통이고 그녀가 독일인에 대해 동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전쟁 중에 반독 감정으로 인한 차별을 당했다. 그녀가 재직 중이었던 학교에서 쫓겨났던 것이다. 그녀는 2년 3개월 전에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클라리사 같은 여자들을 부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동정했다.


     클라리사가 킬먼을 맞이하러 일어났다. 킬먼은 그녀를 나무처럼 넘어뜨리고 싶었다. 그녀는 클라리사를 울리고 싶었다. 클라리사는 킬먼의 증오에 찬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클라리사는 킬먼이 자신에게서 엘리자베스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킬먼을 마주하자, 클라리사에게 느껴지던 킬먼에 대한 반감이 차츰 줄어들었고, 클라리사는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했다. 그녀는 문을 나서는 딸에게 파티를 잊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들이 가고나자 클라리사는 사랑과 종교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창밖 맞은편 집에 사는 노부인이 계단을 올라가다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채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클라리사는 종종 그 노부인의 일상을 지켜보며 뭔가 엄숙한 데가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일상이야말로 진정한 사생활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했다. 올라가고 싶으면 올라가고, 멈춰 서고 싶으면 멈춰 서면 그만인 것이다. 그녀는 킬먼의 종교나, 사랑에 빠진 피터 월시가 인간 영혼의 신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고 노부인에게는 그녀만의 방이 있는 것이다.


     킬먼은 클라리사가 자신이 못생겨서 자신을 비웃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클라리사를 닮고 싶은 갈망을 억제하느라 애를 쓰며 신께 기도했다. 그녀에게는 엘리자베스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음식, 차, 밤에 침대를 데워주는 뜨거운 물병이 전부였다. 킬먼은 클라리사는 당하지 않는 고통을 자신만 당해야 하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해군 백화점(Army and Navy Stores)에서 킬먼은 패티코트를 샀다. 엘리자베스는 그녀를 마치 다루기 힘든 전함처럼 이리저리 길을 안내했다. 그들은 차를 마셨고 킬먼은 옆 테이블에서 분홍 케이크를 먹고 있던 아이를 줄곧 바라보면서 억울함을 느끼며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킬먼은 엘리자베스에게 엘리자베스 세대의 여성에게는 모든 직업이 열려 있다고 말했었다. 엘리자베스는 킬먼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곤경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클라리사가 킬먼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클라리사와 킬먼이 사이가 좋지 않아서 유감스러웠다. 클라리사가 부어턴에서 선물 받은 꽃을 킬먼에게 나눠주면 킬먼은 받은 꽃을 모두 한 다발로 뭉뚱그려 버렸다. 킬먼의 자기 연민은 너무도 강력하여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엘리자베스는 그 자리를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다. 킬먼은 필사적으로 엘리자베스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엘리자베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킬먼은 웨스트민스터 성당(Westminster Abbey)으로 가서 기도를 올렸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스트랜드가(Strand)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그녀가 가족들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분주한 노동자들이 사는 동네를 지나갔다. 사람들은 엘리자베스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파티에 가야 했다. 그녀는 개들을 데리고 아버지와 시골에서 지내는 게 더 좋았다. 그녀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의사나 농부가 되거나 의회(Parliament)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게으른 편이어서 이런 생각들이 어리석게 여겨지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클라리사가 자기가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셉티머스는 소파에서 벽지 위에 어른거리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심벨린(Cymbeline)’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더는 두려워 말라.” 레치아는 그가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몹시 불안했다. 그는 종종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거나 환각 증세를 보이거나 자신이 물에 빠져 죽었다거나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이건 결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레치아는 이웃집 필머 부인(Mrs. Filmer)의 시집 간 딸인 피터스 부인(Mrs. Peters)의 모자를 만들고 있었다. 레치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셉티머스는 그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는 모자가 피터스 부인에겐 너무 작겠다고 말했는데, 몇 주일 만에 처음으로 의식이 또렷한 상태로 말한 것이었다. 셉티머스와 레치아는 함께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웠다. 레치아는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결혼한 부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색에 대한 감각이 있는 셉티머스는 모자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가 디자인을 마치자 레치아가 이를 바느질했다. 셉티머스는 자신이 마치 숲 가장자리처럼 아늑한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피터스 부인의 모자가 자랑스러웠다. 앞으로도 레치아는 언제까지나 그 모자를 좋아할 것이다. 셉티머스가 제정신일 때 그들이 함께 만든 모자니까.


     레치아는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불안해졌다. 그녀는 윌리엄 브래드쇼 경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녁 신문을 들고 온 어린 소녀였다. 레치아는 그 소녀에게 키스해주고 사탕 봉지를 꺼낸 후 아이와 함께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레치아는 그 순간이 뭔가 근사한 순간이 되도록 그 순간을 한껏 누렸다. 셉티머스는 신문을 읽으며 점차 피로해졌다. 그는 행복했다. 그가 잠으로 빠져 들어가는 순간, 문득 웃음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셉티머스는 겁에 질려 잠에서 깼다. 레치아는 어린 소녀를 어머니에게 데려다주러 가고 없었다. 셉티머스는 완전히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찬장의 바나나와 석탄통 같은 일상적인 것들뿐이었다. 오후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에번스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때 레치아가 돌아와 피터스 부인의 모자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레치아는 지금 같으면 셉티머스에게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처음 그를 봤을 때, 그가 젊은 매처럼 보였던 그때가 기억났다.


     윌리엄 경의 전갈이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셉티머스는 윌리엄 경이 무슨 권리로 그에게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거냐고 물었다. 레치아는 셉티머스가 자살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셉티머스는 아름다움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가 직접 썼거나 레치아가 받아 적어 기록해두었던 종이들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레치아에게 그 종이들을 모두 태워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레치아는 아주 아름다운 글도 있다고 생각하여 비단 헝겊으로 종이들을 묶어 잘 치워두었다. 레치아는 셉티머스가 어디를 가든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셉티머스는 그녀가 꽃피는 나무라고, 그녀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레치아는 짐을 싸러 갔다. 그때 아래층에서 나는 목소리를 듣고 홈스 박사가 왔나 싶어 불안스러웠다. 그녀는 박사를 올라가지 못하게 하려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셉티머스는 재빠르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는 수밖엔 없다고 결정하며 이건 의사들 방식의 비극이지, 그나 레치아의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산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맞은편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한 노인이 그를 쳐다보았다. 셉티머스는 홈스가 문 앞에 온 기척을 들었다. 그는 “옛다, 봐라!”하고 외치며 필머 부인의 울타리 철책으로 곧장 몸을 던졌다.


     홈스는 셉티머스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걸 보고는 “겁쟁이”라고 외쳤다. 레치아는 셉티머스의 행동을 이해했다. 홈스는 그녀를 안정시켜줄 달콤한 마실 것을 주었다. 홈스는 셉티머스가 심하게 다쳤으므로 구급대원들이 그를 운반할 때 레치아가 그를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레치아는 잠으로 빠져들기 직전에 창문을 등지고 서 있는 홈스의 윤곽을 보았다. 그녀는 “홈스 박사구나”라고 생각했다.

▶ 영문판 〈SparkNoes.com〉 발췌 및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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