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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May 13. 2024

댈러웨이 부인 5

Mrs. Dalloway 5

     피터 월시는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 맞은편에 서서 셉티머스를 싣고 다급히 달려가는 구급차의 경적 소리를 들었다. 그는 구급차를 문명의 승리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로서는 영국 의료 체계가 인도적으로 보였으며 런던의 공공 정신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그가 머물고 있는 호텔을 향해 걸어가며 클라리사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은 함께 버스를 타고 런던을 탐험하곤 했었다. 클라리사는 그 무렵 한 가지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를 알려면 그 사람을 완성하는 사람들과 장소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너머까지 널리 퍼져 나가는 존재이므로 죽은 후에도 이런 식으로 살아남게 된다고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그가 아는 그 누구보다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피터는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 그는 부어턴 시절의 클라리사를 생각했다. 그들은 숲속을 걸으며 내내 논쟁을 했고 시와 사람과 정치에 대해 논하곤 했다. 그 시절 클라리사는 급진파였다. 호텔에서 피터는 클라리사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아침에 그를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고 쓰여 있었다. 그는 편지를 읽고 언짢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클라리사에 대한 생생한 기억으로 뒤숭숭한 상태였기에 그 편지는 마치 “옆구리를 찔리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에게 호텔은 냉랭하고 인간미 없는 장소였다. 그는 클라리사가 그의 청혼을 거절했던 걸 후회한 나머지 그에게 미안해하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는 그녀가 이 편지를 쓰면서 눈물을 흘렸을 거라고 상상했다.


     피터는 무릎에 폭스테리어 강아지를 안고 찍은 데이지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검은 머리의 아주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피터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면도를 하고 옷을 입었다. 그는 데이지와의 결혼이 그녀에게 유익한 일인지 궁금했다. 그녀로서는 자녀들을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경원당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지에 대해 갈등했다. 그는 그녀에게 충실할 생각도 없었지만 데이지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생각도 끔찍했다. 그는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시해버리고 그녀가 그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점에 대해서만 안도했다. 그는 은퇴한 후에는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저녁 식사 때 다른 호텔 투숙객들은 그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메뉴를 검토하고 주문한 후 식사를 시작할 때의 단정하고 진지한 태도로 인해 그들의 존경심을 얻었다. 그들은 그가 바틀릿(Bartlett) 배를 점잖고도 절도 있게 주문하는 태도에 호감을 가졌다. 투숙객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수줍어했다. 이윽고 피터와 모리스(Morris) 가족은 흡연실에서 웃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는 클라리사의 파티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파티에 가서 보수당은 인도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다못해 그냥 잡담이라도 나누러 파티에 가보기로 했다.


     피터는 호텔 계단에 놓인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더운 밤이었지만 그가 지난 번 런던에 다녀간 후로 서머타임이 생겨났기에 예전보다는 저녁이 길어져 밤이 밝았다. 그는 신문을 보며 젊은 사람들이 극장을 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사회 구조가 변하고 있고 그 경험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클라리사의 집으로 출발하며 그가 이제 막 경험하려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그는 불 켜진 창문을 바라보며 삶의 풍요로움을 즐겼다. 클라리사의 집에 도착해서 피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머니칼의 날을 편 후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댈러웨이 하인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막바지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수상도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할 일이 태산인 요리사 워커 부인(Mrs. Walker)에게는 수상 한 사람 더 온다고 달라질 게 없는 일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숙녀분들은 2층으로 올라가고 신사분들은 국왕 하사품인 달콤한 포도주 토케이(Imperial Tokay)를 가져오라 했다. 엘리자베스는 파티 때문에 방에 가둬둔 폭스테이어가 걱정되어 하인에게 좀 돌봐달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신사분들도 2층으로 올라가 숙녀분들과 어울렸다. 클라리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는데, 피터는 저럴 때의 그녀가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냥 호텔 방에 있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클라리사는 파티가 지루해질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피터의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했지만 얌전한 사촌 엘리 헨더슨(Ellie Henderson)처럼 파티에서 그저 서성이기만 하는 것보다는 무슨 일이라도, 하다못해 폭발이라도 일어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불어 커튼이 펄럭거렸다. 클라리사는 손님 한 사람이 커튼 자락을 걷어 내며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파티가 결국엔 성공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몰려왔다. 그러나 클라리사 본인은 파티를 즐길 수 없었다. 그녀는 안주인 역할은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파티가 성공적인 점은 다소 자랑스러웠다. 집사인 윌킨스(Mr. Wilkins)가 로시터 부인(Lady Rosseter)이라고 안내한 여인은 알고 보니 이제는 결혼한 샐리 시튼이었다. 샐리는 한 친구한테서 파티 얘기를 듣고 불쑥 찾아왔다고 했다. 클라리사는 샐리와 같은 지붕 아래에 있었던 시절에 생각만 해도 가슴 뛰었던 그때 그 순간을 떠올렸다. 클라리사는 이제는 샐리에게서 광채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들은 함께 웃으며 포옹하고 다시 만난 것을 무척이나 기뻐했다. 샐리는 예의 그 허세와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난 커다란 아들이 다섯이나 있단다.”라고 말했다.


     수상이 도착하는 바람에 클라리사와 샐리의 재회는 중단되었다. 수상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녔다. 브루턴 부인(Lady Bruton)이 수상에게 다가가 함께 작은 방으로 사라졌다. 피터 월시는 휴 휘트브레드를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무자비하게 그를 비판했다. 그러다가 그는 “은빛이 도는 녹색 드레스”를 입은 클라리사를 보며 그녀가 다른 여인의 드레스에 걸린 자기 스카프를 떼어내는 동작만으로도 그녀가 여전히 삶의 모든 순간을 한순간으로 집약하는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피터는 이제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클라리사는 수상이 떠나는 걸 지켜보면서 이제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에 그다지 열정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킬먼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건 진정성 있는 감정이니까. 그녀는 파티로 되돌아와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들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삶에서 실패한 듯했다. 힐버리 부인(Mrs. Hilbery)이 클라리사에게 그녀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이라는 말에 클라리사는 감동했다. 헬레나 고모가 도착했고, 난초와 버마(Burma)에 대해 얘기했다. 샐리가 클라리사의 팔을 붙잡았지만 클라리사는 분주해 하며 나중에 오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가버리고 나면 옛 친구인 샐리와 피터와 얘기 나누자는 의미였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끊임없이 옛 기억 속에 잠겼다.


     클라리사는 브래드쇼 부부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 그녀는 윌리엄 경을 싫어했지만 브래드쇼 부인을 견뎌야 했다. 브래드쇼 부인은 클라리사에게 셉티머스의 자살 얘기를 들려주었다. 클라리사는 수상이 앉아있었던 작은 방으로 들어가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브래드쇼 부부가 파티에 와서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셉티머스의 죽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삶에서 흐릿해진 무언가를 셉티머스는 지켜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죽음이 의사소통의 시도로 여겨졌다. 그녀는 부어턴 시절에 완전한 행복 속에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느꼈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녀는 그 젊은 남자의 죽음을 자신의 불명예로 여겼다.


     클라리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맞은편 방의 노부인이 잠자리에 들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는 파티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셰익스피어 연극 심벨린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태양의 열기를 더는 두려워 말라.” 그녀는 셉티머스와 동질감을 느끼며 그가 목숨을 내던져버린 것이 기뻤다. 그녀는 파티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피터와 샐리가 과거와 현재에 대해 한담을 나누며 클라리사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샐리는 리처드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가고, 피터는 클라리사가 나타나자 두려움과 황홀함으로 가득해졌다.

▶ 영문판 〈SparkNoes.com〉 발췌 및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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