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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인트 Feb 14. 2023

詩가 아니다. 기사는 기술이다

패턴을 익히고 대입하는 훈련을 해라

1. 시(詩), 수필, 소설 등 문학작품은 작가의 상상력과 영감, 필력 등 어느 정도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반면 언론 뉴스와 블로그, 보도자료, 대자보, 자소서 등 정보를 전달하거나 주장을 담은 실용문은 연습과 훈련만으로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글재주와는 상관없다는 얘기다.


글로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실용문은 목적에 맞게 쓰면 그만이다. 언론 기사의 경우 특정 사실(팩트) 혹은 특정 트렌드 등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충실하자. 리뷰 기사나 리뷰 블로그라면 제품의 장단점 혹은 구매 팁 정보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리자. 칼럼이나 연설문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된다.

2. 글쓰기의 기본은 창조가 아니라 모방이다.  특히 언론기사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창의력은 필요 없다. 유형(스트레이트/박스, 정책, 사건사고, 인터뷰 등)과 어떤 출입분야(정치, 사회, 경제, 산업, 문화, 연예 등)에 따라  일정 패턴(유형)이 있다.  수십 년간 각종 매체 보도가 이어지면서 독자들에게 특정 사실과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공통 가이드라인'으로 보면 된다.


예컨대 사회부 기사의 경우 도난, 화재, 살인, 강도, 시위 등 어떤 사건사고냐에 따라 기사 유형도 다르다. 산불 화재사고의 경우 첫 리드문(첫 문장)에 화재가 발생한 장소와 피해 상황 규모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 몇 헥타르(ha)를 태웠고 꺼졌는지, 진화됐으면 몇 시간 만인지 넣어주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두 번째 문장(팩트리두문)에는 6하 원칙 근거에 따라 산불이 발생한 시각과 구체적인 장소, 관계소방 당국 주체를 담게 돼 있다.


 경북 안동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0.004㏊(헥타르) 가량을 태우고 30여분 만에 꺼졌다.
29일 안동소방서에 따르면 오후 4시 19분께 안동시 수상동 한 야산에서 불씨 부주의로 추정되는 산불이 났다.
불이 나자 인근 주민 3명이 불을 끄기 위해 물통을 들고 산을 올랐다가 부부인 A(60대)씨와 B(60대·여)씨가 얼굴에 1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장비 32대와 헬기 1대, 인력 95명을 투입해 이날 오후 4시 44분께 완진했다. 뉴시스 1월 29일


이번에는 시위 스케치 기사다. 통상 시위 현장 기사에는 리드문에 시위 주체와 이유 등을 적시한다. 이후 이어지는 두 번째 문장(팩트 리드문)에 주체와 시위 장소, 시위참여 규모, 주장 등을 담는 게 전형적인 패턴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6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정부가 내린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고,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을 강행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째를 맞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경기 등 전국 15개 거점에서 2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총력 투쟁 대회'를 개최했다.


저마다의 기사 고유 패턴을 숙지하고 익힌다면 보다 빨리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게다가 취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 기사를 쓰기 위해 어떤 정보들이 필요한 지 미리 알 수 있어서다. 예컨대 산불 화재사고의 경우 몇 헥타를 태웠는지, 또 진화시간, 동원되는 소방인원과 장비 정보가 꼭 기사에 포함돼야 할 팩트다. 시위기사의 경우 시위 시간과 참여 규모(주체 측, 경찰추산) 등을 확인해야 한다.


3. 평소 자신이 맡은 출입처와 용도(인터뷰, 스트레이트, 박스)에 맞춰 관련 기사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정형화하는 습관을 들여라. 그리고 현재 사례들을 대입하고 응용하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기사 작성에 관련한 부담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명심하자. 기사를 쓴다는 건 문예나 예술이 아니라 기술에 불과하다. 어떤 분야든 어떤 유형의 취재영역이든 베스트 레퍼런스(참조 패턴)를 찾아내 메모하고 이에 걸맞게 응용하는 연습을 반복해라. 누구든 자신만의 독자적인 글쓰기 패턴을 완성하고 애드립할 수 있다.


기사를 읽을 때 콘텐츠만 읽지 말고 패턴을 읽고 (패턴을) 따라 쓰는 연습을 해라.  

종이신문을 구독해라. 아침저녁으로 콘텐츠가 아닌 패턴을 읽는 연습을 해보자. 많이 읽고 많이 쓰자. 그래야 빨리 는다 '콘텐츠'가 아닌 '패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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