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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나는 부끄러움을 몰라요

40대가 이웃을 대하는 자세

by 윤영

젊다는 표현보다는 어렸다는 말이 더 어울렸던 이십 대의 끝자락.

사십이 넘은 어른들은 굉장히 소란스러웠고 창피함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으며 별 걸 다 질문하는 이상한 어른들이었다.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겠다 다짐하며 나이를 먹어왔다.

하지만 40대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그 이상했던 어른들의 모습이 내게서 보인다.


"엄마, 아는 사람도 아닌데 왜 말을 걸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이 꽃을 들고 타기에

"무슨 좋은 일 있었나 봐요? 꽃이 너무 예쁘네요."라고 말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웃분도 좋은 행사가 있었노라며 기분 좋게 꽃 한 송이를 빼 주기까지 했다.

꽃까지 받고 기분 좋은 나와는 달리 이십 대 딸의 눈에 비친 나는 호들갑스러운 아줌마의 모습이었나 보다.

그 옛날 내가 어른들을 보던 그 눈빛을 내게 보낸다.

어떻게 그렇게 인간 친화적일 수가 냐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은 내가 이십 대일 땐 부끄러워서 꿈도 못 꿨던 일이었다.

간혹 낯선 사람에게서 풍겨오는 향이 너무 좋아서 향수 이름을 묻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향수 마니아였기에)

하지만 그때엔 묻지 못했다. 왜? 부끄러워서.

망설임 끝에 결국 묻지 못하고 상대를 떠나보내고 나면 후회했다.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향수 이름 묻는 게 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 하고 말이다.

만약 지금이었다면 어느 매장에서 산 것까지도 실토하게 만들 수 있데...

주책맞은 아줌마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놨더니 이제 제법 나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해 오는 이웃들도 많다. 는 특별히 그 대상이 젊은 사람들일 때 만족감을 느낀다.

'암, 이웃끼리는 이렇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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