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시간: 삶의 순간을 배우다 (2)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간접적인 표현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여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이런 부분이 약해서 상대방의 표현과 다르게 의미를 놓친 적이 많다.
그 결과로 서로 오해가 쌓이고 나 자신이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서 필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가능한 정확히 말해주기를 바랐었다.
사실,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뒤로, 상대방 말의 의도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쓰는 것에 지쳐있었다.
그렇지만 어디 내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뀌던가?
다랑이를 키우면서 행동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보통 고양이들은 수다스럽지 않다.
그런데 어디선가 웃지 못할 병원 방문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내원 사유 : 고양이가 "냐옹"이 많아졌어요"
이런 상황을 보면 고양이가 얼마나 조용한지 알 수 있는 웃프닝이다.
실제로 집사들이라면 알 것이다. 조용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냐옹"을 많이 한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특히, 고양이는 아플 때에는 소리를 내어 표현하지 않는다.
다랑이도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잘 뛰어다니고 잘 먹고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토를 해서 병원을 급하게 방문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이물질을 먹고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다랑이의 행동과 분위기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려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오늘 먹은 사료량은 얼마였는지, 화장실은 몇 번이나 갔는지, 매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다랑이랑 지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을 영원히 혼자 살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양이나 사람이나 어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매번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우리의 감정이나 의도가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대화 속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은 사전에 정의된 단어일지라도 우리가 겪은 경험과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은 오로지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이 아니라, 그 단어가 담고 있는 감정과 경험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립다"라는 단어를 듣고, 어떤 사람은 돌아가신 부모님 떠올릴 수도 있고,
먼저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단어 자체를 풀어서 감정과 생각을 설명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단어나 문장 자체만으로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의 문맥을 통해 상대방을 감정과 생각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과정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하지만 다랑이와 삶을 통해 배운다.
상대방 말의 의도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쓰는 것에 지쳐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관계를 위해서 다시 시작해 보려고 결심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는 필요한 노력이고,
이는 상대방을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