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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 Mar 10. 2024

변화는 우리가 성숙해지는 과정

고양이와의 시간: 삶의 순간을 배우다 (4)


나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미니멀 삶을 추구하는 편이라 집 안에 가구나 물건을 많이 두지 않는다.

웬만하면 필요한 물건만 사고 가구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려고 한다. 


우리 집엔 테이블은 하나만 있다. 

거실에 있는 이 테이블은 공부를 할 땐 책상이 되고 식사를 할 땐 식탁이 된다.

이러한 성격 덕분에 가구와 짐이 많지 않아 청소와 정리하는데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에 비해, 다랑이와 함께 한 뒤로 고양이 용품들은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다.

출근 한 뒤에 “혼자 있을 다랑이가 혹여나 심심해할까 봐”, “고양이 행복도가 수직공간에 비례한다는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유로 사다 보니 고양이 용품만 보면 맥시멈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미니멈과 맥시멈이 공존하는 우리 집은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씩 지겨워질 때면 다랑이 물건과 가구를  재배치한다.

가구를 한 곳에 놓고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간이 주는 익숙함에 권태를 느끼고 가구 위치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배치할 때는 공간활용보다는 기존에 두지 않았던 위치를 위주로 생각하고 바꾼다. 이렇게 바뀐 위치에 따라 다랑이의 물건들의 위치도 따라서 바뀐다.



다랑이 용품 중, 한참 전에 사놓은 원형 스크래쳐가 있었다.

처음에 샀을 때에만 몇 번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다랑이 관심 밖으로 멀어진 물건이다.

그래서 나는 이 스크래쳐가 다랑이의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구석 어딘가에 방치했다.


따듯한 바람에 실려오는 봄내음과 공간이 주는 익숙함에 어느덧 가구 위치를 바꾸는 시기가 왔다.

이리저리 가구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구석에 있던 스크래쳐를 소파 옆에 두었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스크래쳐에 다랑이가 흥미를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스크레쳐 안에서 낮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관심이 없던 물건이라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버리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제 역할을 하는 곳을 찾은 듯하다.


다랑이 물건들도 그렇지만 가구들도 이곳저곳 두다 보면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

어울리는 장소라고 해서 그곳에 계속 두지는 않는다. 

어울리는 위치에서도 역할을 하다 보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지루함이 느껴지면 다시 배치해서 새로운 곳에서 활력을 찾으면 된다.

한 곳에서 쓰임을 시작하고 쓰임이 다하면 새로운 곳에서 다시 쓰이면 되는 것이다.



나이에 세월이 내려앉을수록 하던 일을 관성적으로 하거나 새로운 시도보다는 결과 보장된 것만 선택하는 일이 점차 늘어난다.

새로운 시도 같이 불확실한 결과가 동반되는 일에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지금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더 적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살면서도 권태를 종종 느끼지만 새로운 시도는 쉽게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삶도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처럼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구를 옮기는 위해 힘과 시간이 들지만 새뜻한 모습에 활력이 올라온다.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가구를 옮기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들겠지만 변화된 내 모습에 자신감과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도 커지고 자신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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