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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 May 19. 2024

고양이와 집사의 그루밍 이야기 : 여유

고양이와의 시간: 삶의 순간을 배우다 (8)



특별한 일이 있지 않다면 평소 주말엔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를 연다.

우선 건조대에서 다 마른 옷들을 걷어온 뒤 거실에 두고 가볍게 옷을 개면서 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틀어 둔다.


빨래한 옷을 거실 바닥에 놓아두면 어김없이 다랑이가 나타나 세탁된 옷들 위로 올라간다.

그리곤 식빵자세로 엎드려서 자리를 잡고 터줏대감처럼 옷들을 지키고 있는다.

예전엔 옷을 빨리 개고 싶은 마음에 다랑이를 옷들 사이에서 밀어내면서 옷을 개기도 하고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려놓고 옷을 급하게 정리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다랑이가  옷들 위로 올라가면 그저 일어날 때까지 잠시 기다리거나 다른 일을 먼저 한다.

다랑이가 하루종일 빨랫감 위에서 있는 것도 아니고 잠시 기다린 다음 옷을 갠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과거엔 내가 정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어야겠다는 강박적인 생각 때문에 주변을 보지 못하고 나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고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다랑이보다 옷을 개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서둘로 끝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욕심을 잠시 미뤄두고 다랑이를 기다린다. 이렇게 내가 마음의 여유를 내서 기다리면 다랑이는 옷 위에서 잠시 편하게 쉴 수 있어 좋고 내 마음은 급하게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세탁한 옷들 중엔 어두운 옷들이 많은데 거기엔 어김없이 다랑이 흔적들이 잔뜩 남아있다.

내가 무채색 옷을 좋아하다 보니 검은 옷들이 많은데 이 옷들은 특히 더 다랑이 털이 눈에 뜨인다.

옷에 붙은 다랑이 털을 제거하기 위해 테이프 클리너 (일명 : 돌돌이)를 가져와 열심히 굴려가면서 털을 떼고 있다 보면 다랑이도 저 멀찍이 앉아서 열심히 그루밍을 시작한다.


고양이 그루밍은 자신의 몸을 핥고 털을 다듬는 행동인데 털에 붙은 먼지나 기생충을 제거하고 냄새를 없애는데 이때 고양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불안이 줄어들어 스트레스가 감소한다고 한다.


내가 옷에서 털을 떼고 있는 모습과  다랑이가 혀로 자신의 몸을 다듬는 행동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는 옷에 묻은 먼지 제거하면서 깨끗해진 옷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고, 다랑이는 그루밍하면서 스트레스가 감소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하니 다랑이와 내가 느끼는 편안함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엔 여유롭고 평화롭게

집사도 그루밍하고

다랑이도 그루밍하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너와 내가 살아가는 삶이 방식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리는 어↗디↗까↗지↗올↗라↗가↗는↗거↗에↗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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