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03일 차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갔다. 반쯤 노랬던 머리를 다시 까맣게 염색했다. 원래대로 돌아갔을 뿐인데 거울을 볼 때마다 어색한 듯 새롭다. 빨간 머리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도 무지개 색으로 물들이고 지지고 볶고 싶지만, 보수적인 집단에 어울리는 단정하고 평범한 검은색 머리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나의 원래 머리색은 자연갈색이다. 보통의 사람보다 더 밝다. 특히나 야외에서 보면 더욱더.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염색을 한 거 아니냐고 의심을 할 정도였다. 어른이 되고서는 눈치 볼 어른도 없으니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염색을 해보고 싶었으나, 헤어디자이너들은 모두가 나와 같은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주기적으로 색을 빼는데, 굳이 뭐 하러 돈 주고 예쁜 머리를 망치냐고 말렸다. 돈 벌려고 한 번쯤 권할 법도 한데 다들 내 머릿결을 지켜줬다.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탈색이나 염색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휴직을 하면서 눈 딱 감고 해 본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다들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레이로 시작했다가 아이르에서는 블루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금발이 되었다. 어떤 색이 되었던 좋았다. 다시 검은색이 되기 전까지는. 검은색이 알록달록하지 않고 심심해서가 아니다. 다시 회사 분위기와 나이에 맞게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려니 아쉬울 뿐이다. 내 몸과 머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호시절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