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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용기

나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

나는 한 번도 살면서 글을 쓰는 생활을 생각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작가로 덤덤하게 나열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감히 나 따위가 글을 쓴다는 것은 암만 봐도 일기 외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다 어쩌다 글쓰기 모임에 들었고,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았다. 대화와는 다르게 나의 생각을 조물조물 적기만 하면 독자들은 내 글을 읽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일방적으로 나의 주장을 펼쳐 입력하는 강압적인 방식 같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나름대로 생각을 하여 해석하니 읽는 사람 혹은 쓰는 사람 모두 정답 없는 글자들을 해석하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 나가는 것이다.


요즘은 그 묘미에 푹 빠졌다. 하루에 한 편은 꼭 글을 쓴다. 분량이라고 해봤자, A4 용지를 겨우 한 장 채울 뿐이고, 그다지 깊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내 글이 닿을 사람을 생각하며 주저리주저리 써 본다. 일기와는 또 다른 재미이다. 일기는 내 일상과 나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아전인수격의 논리를 펼친다면, 남들에게 보이는 글은 비평받을 수 있으면서도 나만 할 수 있는 생각들을 글자로 써 본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보이는 것, 그리고 내 글을 보이는 것이 참 큰 용기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보다 더 까먹은 맞춤법과 띄어쓰기, 너무 수준 낮아 보이는 어휘, 나만 이해하는 모자라는 논리력과 설득력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걸음 떼는 것이 어려웠지 하다 보니 해 졌다. 그렇다. 그냥 때 되면 밥을 먹듯, 숨을 쉬듯 그렇게 생각이 복잡해지면 글을 쓰게 되었다. 마치 남들에게 하소연하고,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이라고 떼를 쓰듯 말이다. 그러고 보면, 글을 쓰는 데는 용기보다 진솔함이나 부지런함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있다. 비평받는 것, 뭐 상스럽게 '딴지 걸림을 당하는 것' 아니면 '까임을 당하는 것'을 예상하고 시작하는 것이 글쓰기이다. 예로, 글쓰기 모임에서 합평이라는 것을 한다. 내 글을 읽고 독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것이다. 대부분 합평은 더 나은 글로 퇴고할 수 있도록 내 글의 약점이 주제가 된다. 아주 적랄하게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어쩔 때는 나만 하는 편향된 생각이거나 유치한 생각들을 너무나 잘 꼬집는 동료들 덕분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 순간은 얼른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고, '당신의 생각이 더 독특하다고' 우기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 한숨 돌리고 생각해 보면, 내 글에서 부족한 부분이 맞았다. 더 많은 독자들을 생각하면 고치는 것이 맞다. 물론, 글에 대한 주도권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온전히 있고, 의견을 수용할지 말지도 글을 쓰는 사람 마음이다. 그래도 사람 욕심이 다음번에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여러 가지 단점들을 끼워 맞추어 글을 고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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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하는 과정도 용기를 내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여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 글을 바라보며 고쳐야 한다. 내 글의 민낯을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엉덩이 무겁게 자리에 앉아 기꺼이 오랜 시간을 할애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다음이 제일 큰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바로 독자를 찾아가는 것이다. 내 선에서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결과물을 매체에 기고를 해 본다. 예전에 '좋은 생각' 공모전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진 다음부터는 한 풀 꺾여 단편 기고는 아직 용기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운 좋게 처음 출판사를 두드린 공저자의 글이 정식계약을 하면서 나름대로 '테마'를 정하고 '큰 주제'를 잡아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꾸준히 쓰기를 해 본다. 그리고, 운 좋게 두 번째 공저책도 출판사와 계약을 했고 출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국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것은 이 십여 년 전 학교에서 배운 것이 다다. 전혀 글쓰기에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본다. 이 지구상에 나란 사람도, 마음속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다.


혹시, 글을 쓰기 망설이는 당신이라면, 나처럼 용기를 내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이야기 중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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