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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얀 Nov 04. 2024

가을의 가장 높은 곳에서

기아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

2024.10.28 (화)


어제 기아타이거즈의 코리안 시리즈 5차전 경기가 있었다. 이전 경기에서 3승 1패로, 우승까지 1승 만을 남기고 있었다. 9회 초,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공을 던졌다. 그리고 상대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다. 삼진이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채워진 순간, 포수 배터리가 서로를 향해 달려와 끌어안는다. 꽃가루가 날리고 폭죽이 터진다. 더그아웃에서, 외야에서 그리고 불펜장에서 모든 선수가 한데 달려와 서로를 껴안는다. "우리는 한국시리즈 불패신화와 작별하지 않는다." 우승콜이 울려 퍼진다. 올해의 야구가 끝이 났다. 나는 현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지난날들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아빠를 따라 처음 야구장에 갔던 10년도 더 된 그날이 떠올랐다. 룰을 이해하지 못해 경기를 전혀 즐기지 못했던 초등학교 저학년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그날의 선발 투수가 누구인지, 승패가 어떻게 갈렸는지 조차 기억나질 않는다. 그러나 유일하게 기억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 리그에 바람을 일으킨 그 선수. 그리고 그 선수를 향해 환호를 보내는 팬들의 모습만이 기억에 남는다. 올해, 타이거즈 선수들은 그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켜 날 스스로 야구장에 만들었다. 매 타석마다 바람을 일으키고 걸어가는 걸음마다 새 기록을 세워나가는 어린 슈퍼스타. 그리고 팬들과 팀에 늘 진심인 외인 선수들. 10년 전에도, 지금도 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선수. 위기 때마다 서로의 빈자리를 메꿔주는 선수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는 선수들. 나는 이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이 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구를 다시 보게 된 올 한 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허무하고 허탈했던 10년 만의 직관도, 잠실에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의 응원가를 불렀던 날도, 찬란히 빛나고 있던 슈퍼스타의 30번째 홈런의 순간도, 말도 안 되게 뜨거웠던 추석의 경기도 , 6시간 걸려 대구에 내려갔으나 아쉽게 졌던 코리안 시리즈 3차전의 순간들 모두 하나하나 떠오른다. 이 모든 순간들이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이 모든 순간이 모여 결국 우리가 올해의 주인공이 되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경험해 보지 못할 순간이 많았다.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던 지난날들이다. 가을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오랫동안 간직해야지. 나는 이 기억으로 앞으로의 수 날들을 응원하겠지.


참 멋진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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