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앓이를 제대로 겪고 있는 조카와 그런 조카로 인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빠부부를 위해 오빠집에 위로차 방문했다,
조카는 이제 낯가림을 하는 시기라 그런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대성통곡했다. 오빠와 올케언니에게 데이트 시간을 주고자 슈퍼맨처럼 (.....인심쓰는척)구원해 주려고 왔는데 나를 보자마자 조카는 바리깡 같은 소리를 내며 계속 울었다. 울어대는 아기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못난 고모가 되어 조카와 친해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조카가 기분 좋을 때 오빠옆에 꼽사리 껴서 눈치껏 놀아줬다.
장난감도 흔들어주고
소리 나는 책도 보여주고
노래도 틀어주고
입으로 현악기 6중주를 들려줘도
운다
계속 운다
선물 공세에도 울고
내 나이 곧 40살에 뽀로로 흉내 내도 울고
네발동물처럼 기어 다니며 재롱떨어도
운다
계속 운다
육아전문가인 친구에게 말하니 낯가림을 하는 아기들한테 갑자기 다가가면 안 되고 먼저 나의 존재가 익숙해지게 만든 다음 천천히 다가가라는 나도 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을 조언으로 해줬다. 그리고 웬만하면 아기를 빤히 쳐다보지 말고 아기가 내 얼굴을 눈에 담고 익숙한 얼굴임을 인식할 때까지 무심한 척 하라 했다.
그래.
눈 마주치지 말고 무심한 척 놀아주는 거야
하이킥윽 백진희 배우님
고모는 너 안 쳐다본다.
그러니 울지 말거라
호잇
으에에ㅔㅖ에 엥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 자지러지게 우는 것 같다. 내 얼굴이 익숙해지게끔 눈에는 띄여야하고 쳐다는 보면 안 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따뜻하게 주세요'와 같은 앞뒤 안 맞는 상황이다.
내 사시같은 시선이아기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혐오감을 준다면 그럼 아기에게 내 얼굴 생김새와 표정만 보이게 눈알만 가리면 되잖아?
나 천재인 듯
까꿍
고모 봐라ㅏㅏㅏㅏ
으에에ㅔㅖ에 엥
왠지 하나밖에 없는 조카에게 고모트라우마를 줄 거 같아서 그만뒀다. 급하게 눈앞에서 알짱알짱거리지 말고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방법을 시도했다. 최대한 조카의 시야 범위에서 멀리 떨어져 지나가는 행인처럼 자연스럽게 다가가야지.
멀-찍
진짜로 내 없어도 괘안나
애절간절
그리고
고모와 손절
으에에ㅔㅖ에 엥
공기중에 타고 흐르는 찝찝한 시선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고모년의 존재
이상하게 조카가 이앓이보다 더 격하게 우는거 같다며 '왜이러지'만 수십번 반복하는오빠부부의 고민에 내가 괜히 눈치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