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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Aug 28. 2024

엄마의 이상한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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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뇌과학에 푹 빠져 밤새도록 책을 읽고 있다. 뇌가 우리 몸을 조종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하듯, 뇌를 활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되기도 했다. 유튜브까지 섭렵하며 뇌과학에 대한 흥미는 더욱 깊어져 갔다.


예를 들어,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이다'라고 되뇌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 뇌가 이를 인식하고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뇌를 속여 질병을 치료한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뇌의 힘에 새삼 놀랐다. 그래서 요즘 무릎이 아픈 엄마에게 내가 찾아본 내용을 보여드렸는데,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셨다. 요즘에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은 그런 말에 속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뇌과학이 이상한 종교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설득했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운동하면 내 말을 한 번 믿어보겠다고 합의를 봤다. 쩝.



엄마께 '나는 무릎이 건강하다'는 말을 마치 염불을 외듯 자주 되뇌게 했다. 잠자기 전, 스트레칭을 할 때, 샤워할 때, 심지어 숨을 쉴 때도 말이다. 푸른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는 미친개가 된 상상을 해 보라고 권했는데, 나의 상황 적절한 비유가 개띠인 엄마께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내가 곧 개요. 개는 곧 나이니라.

어서 달려 나가자. 나의 70 먹은 무쇠무릎이여.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셨지만, 며칠이 지나자 무릎 통증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자기 암시 덕분인지,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는 분명히 무릎이 예전보다 가볍다고 말씀하셨다. 신기하게 여긴 엄마는 비슷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며 다른 곳에도 이 방법을 적용해 보고 싶어 하셨다.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개띠 아줌마의 자기 최면

엄마는 '나는 날씬하다'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틈틈이 눈으로 확인하며 자기 암시를 걸었다.

뇌과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았다. 저런 모습 보기 좋다.



...?



.....????


??????????????



예예.

잘 알겠습니다.







종이에 적는 것이 귀찮았던 건지, 엄마는 이제 혼잣말로 자기 암시를 거셨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나랑 아빠 들으라는 식으로 계속 읊조여서 은근히 신경 쓰인다.


'분주 아빠는 배가 안 고파서 점심을 안 먹는다'

'분주 아빠는 배가 안 고파서 점심을 안 먹는다'

'분주 아빠는 배가 안 고파서 점심을 안 먹는다'

'분주 아빠는 배가 안 고파서 점심을 안 먹는다'

'분주 아빠는 배가 안 고파서 점심을 안 먹는다'




그걸 안방에서 듣고 있는 아빠는,

그냥 밥 차리기 싫다고 대놓고 말해. 이 여편네야

참 너 대단하다.



흑마법보다 더 사악한 엄마의 자기 암시... 를 빙자한 속마음은 누구를 위한 뇌 속임인가.

엄마는 자기 암시를 걸며 우리를 조종하려는 것 같았다.



"분주는 방을 치운다"

"분주는 방을 치운다"

"분주는 방을 치운다"

"분주는 방을 치운다"


"분주아빠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분주아빠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분주아빠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분주아빠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가스라이팅 같은 엄마의 혼잣말

고막 열어.

자기 암시 들어간다.




오늘은 낮잠 자고 있는 아빠 옆에서 굳이 바닥을 요란하게 쓸며 아빠의 단잠을 깨우는 저승사자 같은 엄마의 혼잣말이 시작되었다.


"지금 택배를 가지러 간다"

"지금 택배를 가지러 간다"

"지금 택배를 가지러 간다"




자다가 놀랜 아빠는,

예??? 택배요????


아따 이게 꿈이여 생시여.

시방 날 좀 내버려둬어ㅓㅓ



그냥 대놓고 시키는 거랑 이거랑 무슨 차이인가.

엄마는 뇌과학이라는 변명아래 뇌가 아닌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셈이다.

그 덕에 우리만 바빠졌다.

본인 무릎 아끼자고 우리 무릎을 써버리다니.



엄마한테 뇌과학의 이론은 그렇게 적용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안 들린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련다.

온니 마이 웨이.



멈추지 않는 엄마와 혓바닥과

군대 선임보다 더 악질 같은 명령조

그리고 아오지 탄광만큼이나 끝나지 않은 우리의 노동




과연 이게 뇌과학이랑 연관이 있을까?

그냥 난 엄마가 행복하면 됐다.












+



엄마,

상상한다고 다 현실이 되는 건 아니야



남들이 보면 뭐라 생각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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