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번 추석은 진짜 역대급으로 놀아보자!
한 달 전, 평소보다 유난히 들뜬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평범한 추석 연휴가 아닌, 우리들만의 특별한 추석을 만들고 싶었으니까. 친구 K가 미국으로 가기 전, 우리끼리 모이는 마지막 굿바이 모임이 될 수 있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오! 완전 좋지! 어떻게 놀지?"
역시나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신호탄이 터진 듯, 우리는 곧바로 단톡방에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1차는 무조건 고기로 조지고 2차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떨고, 3차는 신나게 술 마시고 노래방까지 가자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마치 작전 회의를 하듯, 우리는 밤새도록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웠다. 밤새도록 웃고 떠들다 보니 여고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두근거렸다.
가족이고 남자친구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어! 친구가 최고야!
이번 추석은 진짜 역대급일 것 같다.
설렘과 기대감에 가슴이 벅찼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친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가족 핑계, 남자친구 핑계, 날씨 핑계, 김건모의 핑계, 믿었던 마지막 H까지 직장 업무 핑계로 약속에서 빠지는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 가족이고 남자친구고 나발이고 나만 필요 없었구나!
결국
나만 참석한 추석 연휴 파티에 혼자 역대급으로 즐겼다.
나만 신나면 되는거야. 덕분에 돈도 아끼고 좋다.
N분의 1 할 돈으로 1인분 돈만 내면 되는거잖아!
완전 럭키비키잖아☆
으허허허허허헣어어엉
웃어도 눈물이 나네.
어린 시절,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짜릿한 놀라움으로 감동을 줬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문득 떠오르면서, 혼자 쓸쓸히 늙어가는 날 위해서 이것들이 뭔가 준비했구나!
추석선물로 왕따가 되셨습니다.
이번 추석은 곡소리로 가득하겠군.
넉넉한 한가위만큼이나 마음도 풍요로운 추석 보내세요.
송편처럼 찰떡같이 붙는 행복과 금전운이 가득하길!
#추석 #한가위 #몰래카메라 #왕따 #인생혼자 #독고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