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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Oct 31. 2023

Recycle이 아닌 Cycle -프라이탁

프라이탁의 철학은 어디까지 뻗어가나

 

(좌)Reflected bags,  (우)Mono PA6

 

 얼마 전, 프라이탁은 폐 패트병에서 추출한 소재를 활용한 '트리플 리사이클링' 제품, 'Reflected bags'를 선보였다. 그리고 '모노PA6'라는 신소재를 활용한 백팩의 내년 출시를 예고했다. 30년간 오래된 트럭의 방수포를 리사이클링한 프라이탁은 "강한 내구성의 방수포도 결국에는 쓰레기가 되어 소각된다."며 완전히 퇴비화가 가능한 신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제는 폐타이어, 현수막, 소방복, 군용 텐트 등 각종 폐기물들을 업사이클링하는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프라이탁만큼 광적인 브랜드가 있을까? 원단 세척을 위해 빗물까지 끌어쓰는 지독한(?) 브랜드. 프라이탁이 완전한 '자연순환 사이클'을 실현하기 위한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프라이탁의 시작
프라이탁 형제가 제작한 첫번째 메신저백,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서 소장중이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1993년, 디자이너였던 마르쿠스,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스케치 종이가 비에 젖지 않기를 바라며 가방하나를 만든다. 근교 공장에서 버려진 방수포, 안전벨트, 타이어등을 가져와 제작한 것이 프라이탁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MESSNGER' 라인의 초기모델. 그리고 지금까지 Top cat, Hawaii five-0 등 다양한 제품 라인들을 출시하며 리사이클링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프라이탁의 Why
프라이탁의 기능성은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프라이탁의 가치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Why'가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은 왜 이걸 해야하는지에 대해 집중한다. 좀 더 풀어보면 '이것이 필요한가? 그리고 필요성을 충족할만큼 기능적인가?'라고 볼 수 있겠다. 프라이탁의 행보는 항상 why에서 시작한다.


2011년에 종료되었다가 2022년에 다시 돌아온 F-Cut 서비스   /   출저 : 프라이탁

 고객이 직접 소재를 선택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F-Cut'은 진짜 나만의 가방을 찾도록 도와준다. 내 가방의 디자인에 관여한다는 것은 많은 매니아들이 환호할만 하다. 이는 기능적 필요성 뿐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디자인인가?'에 대한 한가지 해답을 제시한다. '나에게 필요한가?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을 충족시키기에 너무나도 매력적인 서비스.


전세계 모든 프라이탁 매장에서 V30 선반은 실내 설계의 기본이 된다.

 프라이탁은 디자인에 있어 '기능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이에 대한 모범적 답안의 예시가 바로 'V30 FREITAG SKID' 선반. 재활용 플라스틱과 종이서랍으로 이뤄진 선반은 여러 디자인으로 조립이 가능해 다양한 구조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며 보관 및 운송에도 용이해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갖추었다. 외관상으로도 이뻐서 개인적으로 우리집에 하나 두고싶다는 생각도 한다.


순환의 정의
(좌)내 가방을 등록하여 다른 이의 가방과 교환할 수 있는 S.W.A.P 플랫폼. (우)컨테이너박스로 지어진 취리히 플래그십 스토어

 Why에서 시작한 행보는 Cycle(순환)으로 발전한다. 수명이 다한 방수포는 가방이 되고 컨테이너 박스는 취리히의 타워숍이 되어 새 삶을 얻는다. 프라이탁은 이를 '순환한다'고 정의한다. 종합해보면 '순환되는 제품은 기능적이고, 오래사용되어야 하고, 여러 상황에 적응이 가능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프라이탁은 리페어 서비스를 통해 제품의 Cycle을 연장하기도 하고, S.W.A.P 플랫폼의 운영으로 고객끼리 가방 교환을 유도하면서 또 다른 Cycle을 낳기도 한다.


Cycle의 확장
출처 : 프라이탁

 프라이탁은 의류 라인인 F-ABRIC 프로젝트부터 더욱 본질적인 Cycle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프라이탁 직원들, F-Crew의 워크드레스를 제작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왜 옷을 만드는데 지구 세바퀴나 돌아야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원단의 생산에서부터 옷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취리히에서 반경 2500km 유럽 내에서 해결한다. 


  F-ABRIC의 핵심은 바로 100% 생분해되는 소재. 아마와 대마, 모달을 소재로 개발한 원단은 박테리아로 인해 자연분해되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프라이탁은 F-ABRIC 이후로 본격적인 제품 및 소재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아마 이쯤부터 완전한 자연순환 사이클을 목표한 것으로 보인다. 


Recycle이 아닌 Cycle

 그저 평범한 재활용이나 친환경이 아니었다. 프라이탁의 가치는 단순한 Recycle이 아닌 Cycle에 있었다. 수명을 다한 폐기물에 새 삶을 주는 사이클에서 100%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본질적인 사이클로 확장하면서 프라이탁은 완전한 Cycle을 추구하고 있다.

출처 : 프라이탁

 2022년, 프라이탁은 생분해가 가능한 트럭 방수포를 개발하기로 선언했다. 자신들의 근본인 가방라인을 '완전한 자연순환 사이클'로 만들어 프라이탁의 목표를 이루려는 것이다. 현재까지 프로토타입의 개발을 성공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저 방수포가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다. 우선 개발한 방수포를 운송업체에 납품해야 할 것이다. 5년 이상 사용된 방수포만이 프라이탁의 가방이 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Cycle이 실현되는 걸 보려면 최소 5-6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좋은 의미로 상당히 지독하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하나의 확실하고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는건 개인이나 브랜드나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기에. 


 사실 나는 프라이탁 가방을 갖고 있지 않다. 아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멀쩡한 백팩도 있고 크로스백도 있다.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 프라이탁을 사는 것이 그들의 가치에 공감하는 것 이 아닐까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목공을 배울 생각이다. 그 때 공구를 담을 가방으로 프라이탁 가방을 사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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