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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모 Oct 16. 2023

인터뷰 : 먹는 것에 진심인 세모에게 묻다! (2)

[이모저모세모] 2022년 10월호



먹는 것에 진심인 세모에게 묻다!



Q11. 미식가가 아닌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게 조금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푸딩푸딩얍  약간 그런 게 있어요. 맛집을 제가 가자고 했는데 제 기준에 못 미치면 상대방한테 미안해요. 상대방이 잘 먹으면 죄책감이 없는데, 이제 고기감자빵님같은 미식가 친구 데려가면 미안하겠죠.


고기감자빵  맛없어도 괜찮아요. 푸딩푸딩얍님이 데려가 주는 곳은 예쁘잖아요.


푸딩푸딩얍  고기감자빵님도 약간 체험하는 류라서 괜찮았나 봐요.


들으면서 보니까 음식이라는 게 음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둘러싼 서비스라든지 외관이라든지 분위기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푸딩푸딩얍  맞아요. 맛이 없을지라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아하 음식에는 좋은 시간이 포함되는 거군요! 푸딩푸딩얍님께는 음식이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과 시간이군요. 고기감자빵님은요?


고기감자빵  저는 음식에 중점을 두고 나머지 서비스나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하하 푸딩푸딩얍님은 종합 평가 스타일, 고기감자빵님은 음식만 보는 스타일이군요.




Q12. 이렇게 음식에 진심이신 분들이라면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이 있을 것 같아요. 자신에게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고기감자빵  삶의 원동력이요. 저는 12~1시라고 하면 딱 ‘먹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아파서 누워있다가도 12시가 되면 일어나게 되고, 입맛이 없더라고 점심 먹을 생각을 해요. 삶의 중점을 먹는 것에 두는 것 같아요.


아픈 몸도 일으키는 점심시간이군요. 푸딩푸딩얍님은요?


푸딩푸딩얍  늘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소중한 행복이요. 가끔 먹는 게 귀찮아서 아무거나 먹을 때가 있거든요. 근데 그러면 제가 행복해질 기회를 한 번 놓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과 공을 조금 더 들여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요.


푸딩푸딩얍님께는 하루에 세 번 행복해질 기회가 있는 거네요?


푸딩푸딩얍  늙어서 세 번 잘 못 먹어요. (웃음) 하루에 두 번. 두 번 행복해질 기회가 있습니다.


남들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횟수가 많다니 좋네요!




Q13. 음식에 진심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두 분이 느끼는 음식에 진심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점도 궁금해요.  


푸딩푸딩얍  저는 모든 사람이 먹는 것에 진심인 줄 알았는데, 먹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 먹는 행동 자체에 많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관심이 많으니까 생각도 많고, 먹었을 때 느끼는 것도 많은 거죠.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많이 해요.


고기감자빵  맞아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은 맛있는 걸 먹을 때 고민을 많이 하고 진지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뭐 먹을까 하면 면류 중에서 국물이 있는 거, 없는 거, 차가운 거, 뜨거운 거 이런 거를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결정하는 거죠. 먹는 것에 진심이 아닌 사람은 그냥 고민 없이 편의점 음식같이 단순한 음식을 막 먹는 것 같아요.


아 음식에 진심인 사람은 음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군요.


푸딩푸딩얍  네. 진심이 아닌 사람은 먹는 거 자체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고민도 많이 안 하고, ‘그냥 먹으면 되지' 이런 느낌이에요. 내가 무엇을 먹든지 상관없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궁금한 게, 어떻게 먹는 것에 진심일 수 있나요?


푸딩푸딩얍  제가 잠깐 몸이 아팠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그냥 주는 거, 앞에 있는 거를 먹었어요. 계속 그렇게 살다 보니까 왜 사는지 모르는 상황이 됐어요. 제가 매일 기쁨을 느낄 공간이 하나도 없고, 사는 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입맛이 없는데도 일부러 먹는 것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내가 이런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고 좋구나'를 알게 되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보는 재미도 느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았을 때 굉장히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면 진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먹는 것 하나로 매일 행복해지면 진짜 가성비 좋은 행복 아닌가요?


그렇죠. 그러니까 먹는 것에서 행복을 많이 느낄수록 진심이 될 수 있군요. 고기감자빵님은요?


고기감자빵  방금 푸딩푸딩얍님이 제 마음을 대변해 주셨어요. 저도 아까 말했듯이 못 먹다가 먹었을 때 너무 행복했던 게, 저를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요.




Q14. 자신만의 음식 철학이 있다면?


고기감자빵  고기는 늘 옳다.


푸딩푸딩얍  ‘위생과 건강이 걱정되면 맛있어 보여도 안 먹는 게 맞다'요. 제가 옛날에는 동남아나 중국에서 위생이 좀 안 좋아 보여도 새로운 음식을 많이 도전했었거든요. 그런데 먹고 아픈 적이 꽤 있어서 이제는 웬만하면 따져서 먹어요. 그러니까 음식은 경험이 많아야 좋은 게 아니라 적게 먹어도 질적으로 좋아야 좋은 것 같아요.




Q15. 맛.잘.알 두 분께 팁을 좀 묻고 싶은데요. 자신만의 음식 조합이 있나요?


푸딩푸딩얍  저는 밥을 다 먹고, 따뜻한 녹차에 우유를 조금 타서 달달한 과자랑 먹는 거 좋아해요. 과자는 아무거나 단 거면 돼요. 단쓰단쓰. 식탁에서 넷플릭스 보면서 이렇게 먹는 게 진짜 힐링 타임이에요.


고기감자빵  저도 약간 쓴 커피랑 케이크나 쿠키같이 달달한 디저트 먹는 거 좋아해요. 쓴 커피가 케이크의 달달한 맛을 더 맛있게 느껴지게 만들어요.


단짠단짠을 이을 단쓰단쓰네요.




Q16. 두 분이 만약 맛 표현을 잘하신다면 맛 표현을 잘하는 법이 궁금해요.


푸딩푸딩얍  저는 맛 표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비슷한 음식이랑 비교하면서 말하면 상대방이 맛 표현을 잘한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주꾸미볶음을 먹으면 ‘여기 주꾸미가 조금 더 탱글탱글하고, 불맛이 난다. 끝에 감칠맛이 난다. 근데 저번에 먹은 거는 매운맛으로 시작해서 단맛으로 끝난다.' 이렇게요.


전에 먹었던 같은 음식이랑 비교하시는군요.


고기감자빵  저는 첫맛부터 끝맛까지 혀에 느껴지는 맛의 변화를 표현해요. 처음 혀에 닿았을 때는 어떻고, 나중에는 어떻게 느껴지고 이렇게요. 식감의 진행 흐름을 설명해요.




Q17. 먹는 것을 기록하시는지 궁금한데요. 만약 기록 하신다면 어떻게 기록하시나요?


고기감자빵  음식이 예쁘면 사진 찍어요. 그리고 나중에 우울할 때 맛있는 음식 사진을 봐요.


푸딩푸딩얍  저는 원래 음식을 맛있게 찍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사진 찍는 것에 의의를 둬요. 영정 사진 찍듯이. 예의랄까요? 그리고 요즘에는 음식 사진 말고도 옆에 있는 강아지도 같이 찍어요. 나중 되면 음식 사진은 별로 안 궁금하고 이게 더 소중하더라고요. 음식만 느끼는 게 아니고 종합평가니까.


추억과 기억까지.




Q18. 마지막 질문입니다. 맛집 공유해 주세요!


푸딩푸딩얍  맛집 추천이 되게 어려운 게, 제가 먹을 땐 맛있었는데 나중에 맛이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잘 돼서 커졌는데 맛이 달라진 때도 있고요. 그래서 똑같은 음식점을 가도 그때그때 맛이 달라요. 우리는 이거에 되게 민감한 사람이란 말이죠. 그래서 사실 추천을 자신 있게 할 데가 별로 없어요. 사람마다 입맛도 많이 다르고요. 알려는 드리겠지만, 제가 그때 그 시간에 가서 먹어본 것 기준이라는 점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천 맛집이 궁금하신 분은 ‘푸딩푸딩얍님의 맛집 추천!’을 참고해주세요.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게시글을 브런치에 재업로드 한 것입니다.


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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