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세모] 2022년 12월호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 둘의 산타 활동을 했던 이모 엄마, 종달새입니다.
저는 교회에 다니는데요. 교회에서 교우들, 친구들, 동생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들고, 크리스마스이브에 각 가정을 돌아다니며 크리스마스 찬송을 했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그게 왜 기억에 남나요?
여러 집 돌아다니면서 집사님들이나 권사님들이 맛있는 과일이나 과자를 주셨는데 받아오는 게 늘 재밌었어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한 달 전부터 교회에서 진짜 나무로 트리를 만들고 교회에서 장식을 준비해주면 저희가 달았어요.
플라스틱 나무가 아니라 진짜 나무요? 그럼 그 나무는 어떻게 준비하는 거예요?
교회의 장정분들이 숲에 가서 가져오셨어요. 지금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나무를 훼손하면 안 되지만 그땐 가능했어요. 그래서 나무를 화분에 심고 그 위에 장식했었어요.
신기하네요.
아이가 다섯 살 때 맞았던 크리스마스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선물로 인형을 줬는데. 아이가 그 인형을 보고 너무너무 좋아해서 기억에 남아요.
그럼 줬던 선물 때문에 기억나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꾸며서 기억나는 크리스마스는 없었나요?
있었어요. 정확한 해는 기억이 안 나지만 트리 위에 니스를 달고 종이도 달았어요. 아이의 오빠가 맨 위에 별 모형을 꽂고, 아이가 방울을 걸었어요. 나무에 끈 같은 것도 매달았어요.
그렇군요.
네. 제가 아이들의 산타 선물을 준비할 때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아이가 받고 가장 행복해했던 인형 선물이 기억에 남아요.
혹시 어떤 인형이었나요?
구체 관절 인형 세트였는데요. 아이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 했던 거라서 그 구체 관절 인형 세트를 줬어요.
어려웠던 점은 별로 없었어요. 아이가 다 말해줬거든요.
네.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한테는 선물을 준다고 해서 꼬셨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후보를 말하더라고요. 거기서 골랐어요.
그럼 아까 말한 다섯 살 크리스마스에 구체 관절 인형 세트 말고 어떤 선물 후보가 있었나요?
장난감 싱크대가 있었어요. 거기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한다고 해서 후보로 올려놨었는데 그게 더 비쌌어요.
장난감 싱크대가 더 비싸서 구체관절인형으로 주신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장난감 싱크대랑 구체 관절 인형 중에 어떤 걸 더 원하냐고 물어봤더니, 구체 관절 인형을 원한다고 해서 그걸로 했어요.
그렇군요.
생일이 가까워서 두 번 선물해야 하는 게 조금 힘들기는 했죠. 근데 생일은 생일이고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라고 아이가 강하게 강조해서 두 번 주게 됐어요.
조금 곤란하셨겠네요.
아이가 선물을 받고 “엄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했을 때 가장 뿌듯하고 해주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아이가 부모님이 산타인 걸 알았던 건가요?
부모님이 산타인 걸 알았는데 그다음 해까진 줬거든요. 그랬더니 저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했어요.
재밌네요.
구체 관절 인형이요.
계속 똑같은 선물만 말씀하시는데, 기억이 나는 선물이 아무래도 인형밖에 없나요?
아니에요. 구체 관절 인형을 너무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거예요.
정말 좋아했나 보네요.
저는 기억에 없어요. 다 좋아했어요. 선물은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선물을 주는 과정은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선물을 준비해서 아이가 볼 수 없는 베란다의 높은 곳에 보관하고 크리스마스 전날에 아이가 자고 있으면 베개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왔어요.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살금살금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조용히 놓고 나오는 거였어요.
아이가 깨면 들키니까 조심히 두고 나오는 게 어려웠어요. 아이가 어렸을 땐 오빠랑 같이 잤는데, 아이보단 오빠가 더 예민했어요. 그래서 오빠가 깨면 안 되니까 더 조심스러웠어요.
아이가 많이 둔했나 봐요.
네. 아이는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잤기 때문에 오빠만 조심하면 됐어요.
7살까지 했는데 산타의 존재를 알았어도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해주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7살까지 했어요.
아이는 몇 살 때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된 건가요?
부모님이 산타라는 걸 6살에 알았어요. 그런데도 아이가 크리스마스를 너무 기다리고 좋아하니까 7살까지 해줬어요.
아이가 6살에 산타의 존재에 대해 알았는데 7살 때도 줬다고 하셨잖아요. 아이가 이미 안 상태로 받은 건데 그때 반응은 어땠나요?
선물이라고 좋아했어요.
그럼 산타 선물이라고 주지 않고 그냥 선물이라고 줬나요?
네.
그래서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7살에 그랬거든요.
Q14. 아이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한 노력이 있나요?
노력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노력까지는.
징징거리지는 않고 언제 오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전까지 착한 일이나 예쁜 짓을 많이 해야 온다고 했어요. 근데 많이 울더라고요. 계속 울어서 ‘그러면 산타 할아버지 안 온다.’ 했더니 그쳤어요. 그래서 ‘이렇게 뚝 그치는 거 보니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가져오겠네.’ 했어요.
그리고 한 번은 아이가 너무 울다가 ‘나 이렇게 울어서 산타 할아버지 안 오시면 어떡해?’라고 말하면서 더 서럽게 울었어요. 그래서 올 거라고 달래줬던 일화가 있어요.
없어요. 없고 6살 때 아이가 스스로 유치원에서 알아 왔어요. 그래서 물어본 적은 있어요. 엄마, 아빠가 산타냐고.
그래서 뭐라고 답하셨나요?
아니라고, 산타는 있다고 대답했어요. 전 아니라고 했지만, 애들이 계속 그렇게 말하니까 우기더라고요. 나중엔 ‘어 맞아. 맞아’ 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 알게 된 거군요.
재밌었어요. 나름.
어떤 점이 재밌었나요?
선물을 고를 때 구체 관절 인형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기 때문에 말라깽이 인형, 머리 긴 인형 등 고르는 게 재밌었어요.
선물을 고르는 과정이 재밌었군요.
아이가 원하는 선물이 아니라면 책을 주고 싶어요.
어떤 책이요?
좀 활동할 수 있는 책이요. 낱말에 빈칸 표시가 되어 있어서 단어를 채울 수 있는 활동책이요.
왜요? 아이가 그런 걸 못 했나요?
못해서 사주고 싶은 게 아니라 맨날 장난감이랑 인형 같은 것만 달라고 해서 엄마 입장에서 그런 책 종류를 주고 싶어요.
그렇군요.
아이한테 고가의 비싼 인형이나 이런 게 아무 쓸모가 없어요.
그때 아이에게 줬던 그 인형은 어디 갔나요?
분리수거함으로 갔겠죠?
하하하 그렇군요. 비록 인형은 분리수거 됐지만, 그때 행복했던 아이의 마음만큼은 지금도 남아있을 거예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게시글을 브런치에 재업로드 한 것입니다.
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