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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May 03. 2024

욕망을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 책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욕망을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계시나요?"

"예~"

"지금 넘어가요, 함께 점심 먹어요."

"예~"


한 시간 거리에서 함께 점심하자고 달려온 님들과

영양돌솥밥으로 마음의 점을 과하게 찍고(點心)는,

"새로 알게 된 찻집 있어요?"

"풍경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일흔 된 어르신이 자식에게 손 안 벌리고 용돈 벌어 쓰신다고 도시에 있는 학원으로 몇 개월 동안 버스와 택시로 출퇴근하면서 바리스타 공부한 뒤 카페를 하시는 곳이 있어요."

"커피만 팔아요?"

"아니요, 여러 가지 음료도 팔아요."




여러 가지 꽃들로 꾸며진 찻집 안 지인이 주인께 묻는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일흔 됐어요."

주문한 음료 말고도 군것질거리 과자와 찐 옥수수를 내주며 대답을 한다.

"여기가 고향이세요?"

"저는 충청도인데 남편 고향이 이곳이에요."

로 시작해서 한삶의 실꾸러미를 풀어놓는다.


산사태로 아내를 잃은 남자와 엄마를 잃은 두 딸이 있다는 말을, 가깝게 지내는 전도사로부터 듣고, 그동안 맏딸로 집안 살림은 물론이고 동생들 뒷바라지하던 걸 내려놓고 '그저 딸 둘만 키우면 되겠구나!'싶어 시집을 왔는데, 전해 들은 말과 달라도 너무 달라 안 살고 '친정으로 도로 가야겠다' 마음먹는데 둘째 딸이 '엄마, 엄마!' 부르며 치마꼬리를 놓지 않아 하나님의 뜻인가 보다 여기고 눌러앉았단다.

반찬거리 살 돈도 없고 농사지을 땅 한 뙈기 없으며 농협 빚만 잔뜩 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신앙심과 신앙력으로 살아온 한 여인의 삶의 꾸러미가.


늙어서, 가정과 가족 밖에 몰라서 여행 한 번 해본 적 없었다는 주름진 얼굴의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착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러나, 둘째 딸이 치마고리 붙잡고 껌딱지처럼 붙는 바람에 엄마가 되기로 하고 집안의 버팀목(내가 볼 때는 구세주)으로 살아왔다는, 딱 거기까지만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거리 사 먹을 돈이 없어 밭가에 나는 풀싹을 잘라다 국을 끓여 먹으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하던 모습을, 학교 끝나고 엄마 찾아 식당으로 온 아이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빼꼼히 들여다보는 게 마음 아파 내 가게를 차려야겠다 싶어서 빚내서 닭튀김에 호프집 하던 모습을 상상하며 '참으로 천사같이 사셨구나!' 하는 마음으로 기억될 수 있게.


평생 차 한 대 가져본 적 없는 남편이 50만 원짜리 차라도 내 차를 끌어보면 좋겠다는 말에, 자기 형제들에게 기 펴고 살라고, 새 차를 뽑아 준 이야기까지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러나 더 잘 살겠다고, 친정집 동생들에게 차 사주고 생활비를 대주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좋은 걸 누리게 하기 위해 고속도로 건설에 모집되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노동자들, 농사짓다 돈 벌려고 모여든 이 마을 저 마을 농부들을 유혹하려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쇼까지 하는 A급 아가씨가 무대에 서는 나이트클럽을 하고 룸살롱을 했다는 이야기에는 그만 감동이 식고 말았다.


모든 것이 하나님 뜻이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는 여인을 보면서 그 하나님은 참 불공평한 분이구나!

가난한 한 가정의 엄마와 아내를 데려가고 새엄마와 새 아내를 보내주시고는 맘껏 돈 벌라고 하는 가게마다 돈을 벌게 하고 끝내는, 땀 흘리고 번 돈을 망설임 없이 가져다주는 농부와 도로공사 노동자들까지 보내주었으니 말이다.


여인은 그동안 하나님이 다 보살펴 주셔서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이 없었다며 그렇게 받은 은혜를 남에게 기부하며 살아야 하겠다 싶어서 카페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을까?




혹, 나는 나의 욕망을 부처님(또는 하나님)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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