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여자친구는 피부 관리도 해주고 그런대.“
“그렇구나.”
“친구 아내는 회사에서 연봉이 올랐대. 친구가 엄청 좋아해.”
“그렇구나.”
예전에 만나던 사람과의 일상 대화였다. 그 사람은 무언가를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는데.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인데. 괜히 말 한마디에 의기소침해 지곤 했다.
엄마 친구 아들은 어디 대학 다닌다더라 하는 비교의 말처럼 그 사람 친구들의 여자친구나 아내들을 나와 비교하는 걸까.
학벌 좋고 직장 좋고 집안 좋은 자제가 아니라 실망스러운 걸까.
나는 있는 그대로 한 사람으로 봐주고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고 싶었고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 이길 바랬다.
내 작은 상처도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사람마다 생긴 모습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듯이 서로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바라보는 방향과 생각의 깊이도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작은 것도 기대를 하지 말고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는데 쉽지 않다.
그 사람과 만나는 동안 크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채워주려 노력했었다. 잘 나가는 여자친구는 못 되어 주지만 비어있는 냉장고 정도는 가끔 채워 주고 집안 청소도 해주고 했었는데 그 사람 기대에 못 미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너와 나의 마음 깊이가 다를 수 있지.
너는 너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 거였고, 나는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도 하면서 같이 노력하여 성을 만들고 싶었던 거였는데.
사실 뭘 꼭 채워 주지 않아도 되는 건데.
사실 아무 조건 없이 서로 좋아만 하면 되는 건데.
연애든 사랑이든 너무 어렵다.
비워진 잔에 물을 가득 채워주는 일
가지런히 수저를 놓아주는 일
출입문을 잡아주는 일
신발을 바로 놓아주는 일
몸에 밴 배려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