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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라이브러리 Sep 16. 2023

익숙한 불친절함

ISFP 동생 이야기 #2


나름의 고심 끝에

나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기라는 결심과 각오를 하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낯설지만은 않은 나라,

10대 시절 영화 마이걸에 나올 것 같은 상냥한 서양 친구들을 기대했었지만

금방 그 기대가 무너졌던 곳,

학교의 유일한 동양인으로 지내며 어린 마음에 꽤나 힘들었던 곳.

그 후 20대 시절 홀로 유학생으로 다시 이 나라를 찾았을 때도,

좋은 인연을 만나고 재미난 추억을 쌓은 날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눈물로 보내는 서러운 날들의 비율이 더 많았던, 쉽지 않은 곳.


그런데 나는 또 왜, 결국에는, 이 나라에 다시 왔을까.

왜 이 나라가 이번만큼은 나에게 다른 곳이 될 것이라고 실낱같은 기대를 했을까.


도착한 공항에서부터, 이 나라는, 여전히 나와는 궁합이 좋지 않다.

이 나라를, 아이와 굳이 다시 찾아 또다시 겪고 있는 나도, 참 이상하다.


선진국은 아이가 있으면 모두가 무조건 도와주고 양보해 주고 호의적일까. 글쎄.


공항도 외국도 낯설어 자꾸 안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한 손에 안고,

다른 손에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공항 환승 게이트를 바쁘게 걸었다.

도움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건만, 그냥 나를 모른 척해주기만 해도 좋았겠건만.

동양 여자가 아이와 캐리어로 허둥거리니 짜증 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아이에게 어떤 남자가 퉁명스럽게 이렇게 말하더라.


Aber bist doch kein Baby!

너는 이제 아기도 아니잖니!


왜 갓 태어난 아기도 아니면서 엄마에게 안겨 있느냐,

서서 걸으며 모두의 동선의 방해되지 않게 협조를 해야지.


이 나라에 내리자마자 또 이렇게 지적질을 당하는구나.

지긋지긋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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