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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피 Jan 27. 2023

잘 지내? 잘 지내. 잘 지내!

Music essay, 선우정아 '인터뷰'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난 그저 그랬어 
오늘따라 정말 되는 일 하나 없었죠 
어른이 되어 가는 일은 참 멀기만 해요

-선우정아 '인터뷰'-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만나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뭘까? 그간 잘 지냈는지 서로의 안녕을 묻는 일,  바로 안부 인사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은 뭘까?' 그 또한 바로 ‘요즘 잘 지내?’라는 인사였다. 각자 사느라 바빠 잊고 살던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올 때도, 멀리 계신 부모님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응, 나 잘 지내!’가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그런 안부 인사. 그런데 그 흔한 인사 앞에서 잘 지낸다고 답할 수 없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지나가버린 2022년 뜨거운 여름이 끝날때 즈음이었다. 그리고 그때 가장 위로가 되어준 노래가 바로 선우정아의 ‘인터뷰’이다. 

 
2022년 여름, 수개월의 취업 준비 기간을 끝으로 신사역 8번 출구 근처에 있는 회사의 콘텐츠 에디터로 이직했다. 매일 지옥철을 타고 누군가의 몸에 닿지 않으려 애쓰며 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분이랄까. 온 힘을 다해 출근한 후, 어색한 공기와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새롭게 맡게 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순간.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것을 기대하기보다, 잘하지 못할까봐, 실패할까봐 겁이 났던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 쳐도 계속 제자리를 걷는 듯하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들 앞에서 ‘이 길이 맞나’를 계속해서 물어야 하는 상황이 아주 버거웠으리라. (물론 무수한 시행착오가 모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은 안다.)
 
매일 같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그때, 누군가 ‘잘 지내?’ 라고 물어올 때면 퍽 난감했다. 그리고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고민했다. ‘잘 지낸다'고 하자니 잘 못 지내고 있고, 오랜만의 안부 인사에 ‘잘 못 지낸다고 답을 하자니 애매하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답은 ‘그냥 별일 없이 산다’는 말이었다. 진실하지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내 마음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노래가 있다면 바로 선우정아의 ‘인터뷰’일 것이다. 
 
이 노래는 선우정아의 다른 노래를 들으려 검색하다가 발견했는데 나를 살릴 줄은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 살면서 나 혼자만 이런 기분을, 마음을 느끼는 건 아니구나’하는 이상한 안도감과 함께 집으로 가는 퇴근길이 조금은 덜 외로웠다. 음악의 힘이란. 그리고 어느 덧 2023년 1월,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적응기를 지나 아주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 
 
아마 나는 새해에도 크고 작은 산을 만나 고군분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경험이 앞으로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리라는 것을. 여러가지 시도를 하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맺으며 성취감을 느꼈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 함께함의 힘이 크다는 것도 배웠으니까. 그래서 올해도 넘어야 산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올라서 보기로 했다. 새해니까 마음을 먹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 그러다 또 마음처럼 되는 일이 없고, 오늘의 다짐이 무색하게 될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으면 되니까. 그래도 부디 바라는 게 있다면 올해는 ‘나, 잘 지내!’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선우정아 '인터뷰' ->  https://youtu.be/UcRNgXPdm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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