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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육피 Jan 09. 2023

인터뷰와 생존 본능


시와 소설만큼 인류에게 친숙한 콘텐츠 방식이 있다. 바로 인터뷰다. 신문, 잡지, 뉴스 등 친숙한 매체는 물론 SNS까지 인터뷰 콘텐츠가 없는 곳은 없다. 어쩌면 세계 최초 신문으로 꼽는 로마공화국시대의 『악타 푸블리카 Acta Publica』에도 인터뷰 형식의 무엇인가가 수록되지 않았을까? 인터뷰는 인류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콘텐츠다. 그렇다면 인터뷰의 긴 생명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를 통해 살펴보았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소문을 내고 긴밀하게 수다를 떨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했고 그 결과 ‘언어의 진화’가 발생했다 주장했다. 또한 집단생활 속 ‘뒷담화’의 중요도를 강조하고 있다. 인류는 언어를 활용해 위협적인 동물과 사냥감의 위치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현재 속한 집단에서 도는 소문을(사랑과 애증, 사생활이 엮인 험담 등등) 공유했다는 것. 이렇게 뒷담화를 통해 수집한 정보는 거짓말쟁이와 믿을 만한 사람을 구분하는 척도가 되지 않았을까? 즉, ‘뒷담화’를 통해 집단생활 내에서 생존 확률을 높여왔다고 볼 수 있다.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독을 먹일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 등에 칼을 꽂을 사람을 아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무대를 사냥터가 아닌 현대 직장 생활로 바꿔도 뒷담화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적은 늘 가까이에 있으니까. 또한 뒷담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의 흡입력이 있다. 심지어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는 인류의 뇌가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뒷담화’에 흥미를 느끼도록 진화했기 때문 아닐까? 


어린 시절 전학생이 왔던 때를 떠올려보자. 쉬는 시간, 전학생 주위는 항상 붐볐다. 고향, 말투, 필통 속에 들어있는 샤프의 종류까지 전학생의 신상정보가 옆 반에 퍼지는 것은 점심시간 전이면 충분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우리는 늘 타인을 궁금해한다. 타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인터뷰’는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20만 년을 이어 온 ‘뒷담화’와 맥락을 공유하는 콘텐츠이다. 궁금증의 대상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솔직 담백함도 함께 갖췄다. 그렇기에 뒷담화를 좋아하도록 진화한 인류의 뇌가 남의 이야기로 가득 찬 인터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인류는 앞으로도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재미있고 생존에 직결된 일을 그만둘 이유가 있는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맞은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계가 나오거나, 인류의 집단생활이 종말을 맞지 않는다면 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은 콘텐츠 단에서도 통용된다. 인터뷰의 생존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반박 시엔 반박한 분의 말이 옳다.




글 :  김주 (@kim1ooo) 

그림 : 진화백 (@16p_all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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