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
평생직장이 옛말이 된 요즘
만일을 대비한 이직 준비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주제는 [만일을 대비한 이직준비 방법]입니다.
저도 첫 직장을 다닐 때는 이 회사에 평생 남아있을 거라는 마음가짐이었다. 첫 직장이 누구나 선망했던 전자회사였고, 연봉도 훌륭했기 때문아다. 게다가 이 회사가 2개월 넘는 기간 동안 제공해 주는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은 나를 최고의 회사에 다니는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직장생활의 현실은 냉정했고 2년쯤 지나자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나의 생각은 허공으로 날린 지 오래가 되었다.
그 당시 내가 두려웠던 건, 내가 지금 하는 업무가 다른 회사에서는 전혀 활용될 수 없는 현 회사만의 업무지식이었던 것이다. 회사 전용 시스템에 오더를 입력하고, 생산을 관리하고, 출하여부를 확인하는 이런 업무가 다른 회사에서 동일하게 사용될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이 회사에 오래 다닌다면 경력직으로 이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릇 경력직은 본인이 보유하는 specialization이 있어야 이직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만일 내 직급이 사원일 경우는 직급이 낮고 연봉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직이 가능하다. 채용하는 쪽에서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난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자회사에서 만 3년을 채우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이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사는 건 쉽지 않다. 항공사로 이직한 나는 전 회사 대비 높지 않은 업무강도와 80% 할인되는 항공권 혜택에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었다. 내가 항공사에서 있었던 팀은 회원 마케팅을 하는 곳이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었고,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CRM이라는 시스템 도입이 활발했다. CRM시스템의 도입은 단순히 도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내 회사의 고객들의 데이터를 CRM시스템에 연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을 위해서는 큰 프로젝트성으로 일을 하는 게 필요했다. 그 당시 회원 DB를 가지고 있는데 나의 팀에서 이 시스템 개발 연동을 맡게 되었는데 팀장님은 이걸 누구한테 맡겨야 할지 고민 중이었고, 내심 나한테 맡기려는 모습이 보였다.
솔직히 이런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최소한 6개월은 밤낮으로 일을 해야 하고 시스템 도입 성공여부에 대한 책임감도 막중하여 다들 맡으려 하지 않는 업무다. 월급은 똑같이 받는데 이런 시스템 개발 업무에 involve 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과가 안 좋을 시 질책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직감했다. 이 CRM업무를 맡으면 혹시 이직이 필요할 때 굉장히 좋은 경력이 될 수 있겠구나. 이직을 원하면 이 CRM경력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손을들고 이 업무를 맡겠다고 선언했다. 어려울것이 뻔했지만 나에게는 내 인생에 보험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6개월의 CRM 시스템 연동개발 PM 업무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고, 시스템의 성과여부에 대해서는 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해서 바로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데 무지한 팀장이나 경영진은 막대한 개발비를 들인 만큼 성과가 빨리나 오길 바랬던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들어먹질 않는 경영진을 외룁게 묵묵히 상대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갑자기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라는 역병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2~3 개월이면 조용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는 꺾이지 않았고 전염병은 항공서의 영업활동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항공수요는 급속히 감소하게 되었고 장사가 되지 않으니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이 강요되었다. 임금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두 달 월급이 반토막 나는 건 견딜 수 있어도 앞으로 몇 년을 더 반토막난 월급으로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또 한 번의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나의 예상대로 CRM업무를 한 경력 덕분에 타 회사로 이직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코로나의 역풍을 간신히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던 항공사 직원들의 대부분은 항공사에 특화된 업무만 하였기 때문에 이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직을 하려면 똑같은 항공업계로만 가능하였으나 모든 항공사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채용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든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얼마나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슬기로운 회사생활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는 언제든 이직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업무가 다른 회사에 가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업무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한 회 사에만 특화된 업무를 하게 되면 그 회사가 당신을 버렸을 때 당신은 아무런 힘을 가진채 퇴사만을 하게 될 것이다.
회사가 당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에 당신의 커리어는 회사룰 위해서가 아닌
당신을 위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