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자의 학교 2편
꿈을 꿨다.
총천연색의 무지개가 흐드러지게 드리운 하늘 아래에서 공기를 구성하는 하나의 입자가 되어 부유하는 꿈이었다. 뇌라는 것이 없었지만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들뜨는 감정은 느껴졌다.
인간의 꿈.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직관적인 입자의 운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내보인다. 덧대어 기워지지 않은 날 것의 내가 하늘에 새로운 또 하나의 색채를 덧입혔다.
눈을 뜨면
방 안은 어두컴컴했다.
나는 가끔 꿈이 현실의 색채를 모두 빨아들여서 삶이 어둠에 잠기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럴 때면 찾아오는 추락의 감각.
나의 문제점은 추락을 자신이 떨어진다기보다, 나를 제외한 주위가 불쑥 올라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었다. 추락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멈추는 방법을 모른다. 꿈이 끝날 때까지 그저 떨어질 뿐이다.
-삐삐삐삐삑
꿈이 끝났다.
눈은 빨리 떠졌지만 몸이 무거웠다. 느릿느릿 일어나서 어제 챙겨둔 가방을 들고 기숙사 방 밖으로 나선다. 경사진 길을 걸어 내려가니 저 멀리 자습실 창문으로 하얀 불빛이 보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등교 시간까지는 두어 시간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