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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서 Apr 18. 2017

나는 물었고 너는 답했다.


늦은 밤, 나는 산책을 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혹은 지난 사람의 연락이 갑갑해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꼭 그런 날 누군가가 와줄 것만 같아서였을까. 

밤은 조용했다. 바람은 가벼웠고, 풀 냄새는 더 진해져 있었다. 활짝 핀 낮보다 나는 그런 밤이 좋았다. 그리고 네게 물었다.

'올래?' 


난 너를 기다렸고, 기다리며 노래를 들었다. 마침 '너무 보고 싶다'는 어느 드라마의 ost가 흘러나왔다. 지나칠까 아쉬워 그날 밤은 '너무 보고 싶다'던 그 노래만 반복듣기를 했다. 나는 누가 보고 싶었는지 몰랐다. 정처 없이 밤거리를 걸으며, 저물어 가는 벚꽃 잎이 다시 보고 싶었다가, 지금 내게 오고 있을 네가 그리워졌다가, 또 지난 사람의 연락으로 인해 지난날의 내가 그리워 졌다. 단연코, 지난 사람이 그립지는 않았다. 나도 우습고 신기한 일이었다. 


같은 노래를 한 열 번쯤 반복했을까, 나는 땅을 보며 걷다가 지나치는 자동차를 올려다보길 계속하며 널 기다렸다. 기다리는 게 정말이지 싫은 나도 그 시간만큼은 기다릴 수 있었다. 웃음이 났다. 나는 이러지 않았다. 

그건 봄이기 때문이었을 테고, 공교롭게도 시간이 늦은 밤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그렇게 저물어 가는 봄을 탓했다. 확신은 필요치 않았다. 너는 내게 왔고, 답을 주었으니까.


그거면 되었다. 나는. 그거면 되었다. 그 날은 꼭 그게 전부일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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