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를 맺으며.
길고 길었던 진로 고민의 여정에서 얻은 두 가지의 교훈을 나누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여정길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결국엔 해봐야 안다.
진로 고민에 대한 조언으로 뻔하게 등장하는 말인데 결국엔 해봐야 안다는 말이다.
나는 대학생 때 선배들의 강연이나 세미나를 들을 때면 진로 적성에 대한 질문이 둥둥 떠다녔다.
어떻게 그 분야가 내 길이라고 확신하지?
컴퓨터 공학에도 얼마나 많은 분야와 직업이 있는데 그걸 결정하지?
돌아보니 고민할 시간에 결국에 뭐라도 해봐야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아리라도 들어가 보고 스터디라도 해보고 소모임이라도 찾아봐야 한다. 하물며 집에서 뭐라도 끄적여보기라도 해야 한다. 거창한 것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것부터, 하나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약 영상 편집 동아리에 지원해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영상 편집에 미련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연합동아리를 해보지 않았다면 아직도 은행권이나 비 IT기업에 대해 물음표를 가졌을 수도 있다. 또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보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개발과 잘 맞는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진로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생긴 시기는 모두 집에서 가만히 막막해할 때가 아니라 뭐라도 하면서 부딪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집에서 가만히 미래에 대해 막막해하기만 할 때 가장 불안하고 불행했는데, 장담하건대 이 감정은 가만히 있으면 해결될 감정이 아니라서 직접 경험하고 부딪치면서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직접 해보지 않으면 해보지 않은 대로 다른 선택을 할 때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선택을 하더라도 나중에 해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후회나 아쉬움이 남게 된다.
그러니 일단 더 쉽게 시작할 수 있거나 더 끌리는 선택을 빠르게 실행해 보고 아니면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었다 생각하고 다른 길로 가면 된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무수히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이때 실패하는 선택이란 없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그저 언젠가 성공하는 선택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너무 겁먹지 말고 실행하길 바란다.
세상에 의미 없는 시련은 없고
배움 없는 경험은 없다.
이것저것 해봐도 답이 안 보일 때, 아니면 시작도 전에 막혀버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로 치면 이미 이과로 고2까지 살아왔는데 갑자기 영상편집자가 되고 싶어 졌다든가, 공부 시작도 전에 건강이 나빠졌다든가 하는 상황들이다.
지나 보니, 세상에 의미 없는 시련은 없고 배움 없는 경험은 없다.
이 문장은 마법 같아서 시련을 만났을 때 슬프고 힘들더라도 이 시련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하며 시련에도 감사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해 주었고, 모든 경험에 대해 즐길 수 있는 자세도 갖게 해 주었다.
늦게 깨닫게 된 영상 편집자의 꿈 덕에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쉽지 않았던 전공은 많은 대외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으며 그 대외활동은 추억뿐 아니라 나에게 안 맞는 적성이 뭔지 알게 해 주었다.
우울에 빠져 살았던 시기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과 넓은 이해의 폭을 가져다주었고 결국엔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울할 때마다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불순한 의도로 지원한 활동이 때로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주기도 했고 자존감을 깎아먹던 대표님의 말은 원동력이 되어 더 큰 폭의 성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결국에 나는 개발자가 됐고, 지금은 재밌고 행복하게 개발하고 있다.
나에게 시련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론 나에게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했고 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경험들도 결국엔 모두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내가 겪었던 시련이나 경험들이 없었다면 지금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진로를 결정하며 늦은 게 아닐까 뭘 해야 하지 등의 불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시간이 결코 허투루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고 먼 훗날의 멋진 나를 이루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시간이라는 걸 기억하며 잘 버티고 이겨내길 바란다.
과거의 나에게 혹은 지금의 후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나는 이 얘기를 적을 때 다음을 생각을 하면서 적었다.
그래서 구구절절 말이 길어진 부분도 있고 TMI가 섞여 들어간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내가 했으니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원래 멘탈도 약하고 상처도 잘 받고 불안감을 한가득 안고 살던 사람인데, 이런 나도 내 길을 찾아 이젠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는 거 보면 솔직히 아무도 걱정 안 된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게 있다면 자신감 가지고 실행해 보길 바란다.
이제 진짜 마치려고 한다!
이 시리즈는 그냥 진로 찾으며 마인드 컨트롤 열심히 했던 사람의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봐줘도 좋겠고 진로를 찾는 사람들, 찾은 사람들에겐 위로와 공감, 격려가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럼 15년간 배우고 느낀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지금까지 귤씨의 진로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