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습관의 날갯짓도 꾸준히 해야지...

N.H. 소. 우. 주. 지기의 매일 글 쓰는 도전이 오늘도 이어지고..

by 하화건

습관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니까요. 또한 습관을 내려놓으려면 만들 때보다 훨씬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죠. 몇 배의 노력이 있어야 나쁜 습관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습관과 관련된 모든 일에는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고 이는 불변의 진리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할 게 있는데요. '습관을 한 번 몸에 익히면 평생 간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쁜 습관의 경우는 무심결에 계속되지만, 좋은 습관은 꾸준히 의도적으로 해야만 쉽게 무너지지 않더군요. 운동을 예로 들어 보면 시작하려 할 때 여러 유혹에 노출되곤 하죠.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꽤 많이 만들어내는데, 이런 유혹을 이겨내야만 습관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한 번 유혹에 넘어가면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되어 결국 습관이 되지 못하는 건 불 보듯 뻔하니까요

자전거의 균형을 잡으려면 계속 움직여야 하듯 습관도 계속 실천할 때 비로소 "습관이 됐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꽤 되었는데도,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해서 답답했죠. 방법은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저 자신에게 짜증을 부리는 날이 늘어나더군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하기 시작했죠.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마음만 급해지더군요. 물론 그런다고 누가 방법을 알려줄 리도 없고요

책을 찾아보고 자료를 검색해 보니 가장 많이 나오는 조언이 역시 '꾸준하게 글을 써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기로 했죠. 물론 일기와는 별개로요


막상 '글을 쓰자' 마음먹고 쓰려는데 무슨 내용을 어떤 형태로 써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지식이 얕고 좁아서 그런지 금방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여러 날 머리를 싸매고 생각을 하는데도 고민은 점점 깊어갔죠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기쁨이 채가시기도 전에 했던 그 고민을 다시 하게 된 거죠. 그때는 그나마 기쁨이라는 긍정적 감정을 누리며 하는 고민이라 행복함도 섞여있었는데, 이번에는 의무감이 앞서다 보니 마음은 무겁고 머리는 더 안 돌아가더군요. 그러다 보니 시간만 많이 걸렸죠


결국엔 지금까지 뭘 했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다 보니 웃음이 지어지더군요. 기분 좋은 웃음이 있었고, 더불어 가슴 따뜻해지는 웃음도 있었죠. 창피해서 짓던 미소가 있었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짓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죠. 정기적으로 글을 써온 꾸준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써왔다는 것을요. 그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매일 글을 쓰기로 했으니 주제나 내용을 너무 어렵게 할 필요가 없겠더군요. 주제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대충 어느 정도 길이로 글을 쓸 건지도 정해졌죠

그런데 한편으로 '너무 밋밋할 거 같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더군요. 글 재주도 평범한 데다 그렇다고 유머 감각이 탁월하지도 않은 내가 주제 없이 글을 써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그런데 이 걱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해결되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으면 되는 문제더라고요. 세상은 별 기대도 안 하고 부담 또한 주지 않는데, 굳이 스스로를 옭아맬 이유가 없었죠. 쓸데없는 상상과 기대가 문제만 키운 거였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처음 걱정은 어느 정도 정리됐습니다


하나의 걱정이 해결되니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죠. "1년이라는 기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과연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 처음에는 '그까이 거~'하며 신경 쓰지 않았는데, 생각할수록 만만한 일이 아니겠더라고요. 나날이 부담감이 커졌죠. 괜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서 스스로 자존감만 갉아먹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고요. 그때 문득 '금연' 처음 시작할 때 일이 떠오르더군요. "편하게 생각하세요. 혹시라도 중간에 흡연을 하더라도 당황하지 마시고요. 금연이 깨졌다고 생각해서 자포자기 말고 그때부터 다시 금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계속하시면 돼요" 보건소 담당자분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 거죠. 마음이 편해자면서 두 번째 걱정도 해결되었습니다


문제를 하나씩 정리하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죠. 그래도 잘 이겨내고 오늘까지 쓰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좋은 습관 만들고 그것을 지켜내며 매일 제 삶을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 자신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이렇게 글을 매일 쓰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저 자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스스로 의지박약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나름의 꾸준함을 봤죠. 이렇게 제 안의 여러 가능성을 알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론을 내리니 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았어요. 3개월 되었을 때와 6개월이 되었을 즈음엔 지치고 고갈된 느낌에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무력감에 애를 먹었죠. 마음을 다잡고 중단 없이 글을 쓰려고 노력한 결과로 9개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슬슬 1년 약속이 끝난 후, 다음 단계로 무엇을 또 시도할까 하는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요

이번에도 저 자신을 믿고 또 저질러보려 합니다.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지만... 이게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이런 느낌을 만끽하며 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습관의 날개로 굳센 날갯짓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