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으세요?
다시 태어나면 바닷가 돌멩이가 되고 싶다.
어떤 돌멩이냐 하면 반들반들하여 만지면 보드라운 표면에
크기는 내 주먹 정도, 모양은 퉁퉁한 타원, 색깔은 붉고 연한 갈색.
딱 저번 인천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멩이다.
돌멩이가 왜 되고 싶냐 하면
파도가 치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동요가 없다.
고요하고 평온하며 무엇이든 받아내는 단단한 돌멩이가 좋다.
나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자그마한 일에도 감정이 과하게 일어난다
좋은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감동적인 일..
감정이 풍부한 것이 대체로는 좋다.
하지만 어느 때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피로하다.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참아내는 힘이 부족한 나는 돌멩이처럼 잘 참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겉과 속이 시끄럽지 않고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다.
돌멩이가 그래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그 반들반들한 돌멩이도 처음에는 뾰족하고 거칠고 투박하고 그러지 않았겠나.
누군가의 맨발에 상처를 입히지 않았겠나.
그래서 미움도 받지 않았겠나.
엄청나게 큰 파도가 투박한 돌멩이를 휘감아 낯선 곳에 던져버릴 때도 있지 않았겠나.
그렇게 굴러다닌 돌멩이만 보드라운 살결을 얻어냈을 것 아닌가.
7살 아들은 돌고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바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기 돌고래가 가지고 놀기 좋은 반들반들한 돌멩이가 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