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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피는엄마 Oct 16. 2024

뭐라도 해야지 죽을 수는 없잖아

공황장애 엄마가 멈추지 않는 단 1가지

코로나시기에 남편 주재원 발령으로 중국에서 살았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코로나 봉쇄 대책은 강도가 높았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타국에서 부모님, 친구 등 마음 의지할 사람 없이 겪는 불안과 공포가 타격이 꽤 컸다.

기회가 된다면 코로나 시절 중국에서의 생활을 낱낱이 연재해보고도 싶다.


ENFP에 매우 외향적인 5년 차 엄마는 타국에서 겪는 불안감이 극에 달았다.

집에 갇혀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나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었고, 내 맘대로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심한 짜증과 분노에 몸서리쳤다.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하려고 했다.

(당연히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다.)


외향적이지만 불안이 높은 편이고 건강에 특히 예민했던 나에게 타지살이, 독박육아, 아파트 봉쇄 등은 공황장애를 선물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 평지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목이 조여 오고 숨쉬기가 어려워 같이 걸어가던 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저앉는 일이 생겼다.

평지든 계단이든 걸을 때 숨이 찼다. 밤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 숨 쉬는 게 힘들었다.

울면서 심장병을 검색하며 지내던 날들. (못났다 못났어 ㅎㅎㅎ)

큰 마음을 먹고 1시간 거리 상해 국제병원 한국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모든 피검사를 받았고 멀쩡했다.

선생님이 간단한 설문조사를 주셨고, 진단명은 공황장애 초기.

다행히 약을 먹으면 금방 나을 거라 하셨다.




내가 공황장애라니.....

20년 전 스킨헤드 괴담이 판치던 러시아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학과 부회장으로 나름 큰 행사도 기획하고

고등학교, 대학교 댄스동아리로 축제 때 작지 않은 무대에서 공연도 해왔다.

회사도 잘 다녔고, 틀에 박힌 회사업무가 싫어 다른 직업으로 바꿀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무서운 게 없던 나다.  

이 세상의 모든 경험은 무조건 즐겁고 큰 자산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던 씩씩하고 꿈 많은 여학생은 아이를 낳고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내재돼 있는 불안이 육아와 코로나라는 갈고리에 걸려 밖으로 꺼내졌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이 무섭고 불안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안전은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다는 생각.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끊겨 버린 그 시기.

만약 아이들이 심하게 아프면 열악한 중국병원에 가야 하고 한국은 갈 수 없다는 사실.

외국인인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는 무서운 이야기가 숨을 조였다.


한국만 가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육아하는 내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불안, 우울, 예민 모든 걸 다 가진 엄마가 하는 육아는 장소와 상관없이 처참했다.

여전히 아이들은 내 감정쓰레기통이었고 아이들이 나로부터 받는 해로운 영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는 강박, 둘째는 말더듬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은 죽을 만큼 괴로웠다. 나도 바뀌고 싶은데 안 되는 것이 딱 죽을 만큼이다.





그런데 죽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지.





일단 책을 들었다. 인문학, 심리학, 양육서 위주로 읽었다.

바뀌려면 읽어야 했고 읽은 것을 실천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렇게 새벽에 혼자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심한 짜증들이 약해진 체력 때문일 수도 있다는 글을 읽은 후 운동에 매진했다.


육아로 힘이 드는 엄마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육아로 약해져 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이것이다.




나를 챙기고 바로 세우는 것.




그 행위가 어떤 것인지는 모두 다르겠지만 핵심은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마음 밖에서 이루어지는 의미 없는 수다가 아니라, 내 마음과 수다를 떨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독서와 글쓰기, 운동이다.

그리고 이제 나누고 싶다.




 

지난봄 서평단으로 뽑혀 보내주신 책의 한 문단이 내 마음에 깊이 박혔다.



‘마흔까지의 내 삶에 항소합니다’의 한 부분을 소개해본다.








그래도 죽을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해야지 싶었다.

그때 매일 글을 썼다. 매일 바다에 물질하러 들어가는 해녀처럼 혼자만의 시간에서 헤엄쳤다.

그날그날 감사한 것들을 찾기도 하고 책 속에서 읽은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끝없는 우울감을 떨쳐내고 싶어서 아니 이 고통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아 그 행위를 계속했다.

그 순간만큼은 무언가 생산적인 느낌이 들었고 삶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 편안했다.





내 마음과 한치도 다르지 않아서 아주 큰 위로가 되었다.

육아를 하며 한계에 부딪치는 고통

온전한 나는 사라져 버린 느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 그 절박함에 공감한다.





이렇게 책이 나를 위로해 주고 치유해주고 있다.

그래서 책 피는 엄마가 되었다.





                     

나를 살리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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